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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돈 어디로

한국은행의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대출규제를 완화 기조에 은행권이 영업을 강화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어, 그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자산 쏠림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국은행의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주택매매 거래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2조1000억 늘었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 7조8000억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규제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자금 유입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 대출은 과거 역대를 살펴 봐도 감소했던 적이 많지는 않다. 2004년 관련 속보치 작성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꺽였던 적은 2007년 5월(-1조원), 2012년 1월(-7000억원), 2013년 1월(-4000억원), 2014년 1월(-3000억원) 등 4차례가 유일하다. 감소폭 역시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매매 거래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전세나 입주물량, 분양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집단대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은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도 25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규모는 2566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283조원(12.4%) 증가한 수치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124.7%, 민간신용 대비 56.5%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이 취급한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과 기업여신,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을 합한 값이다. GDP 대비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의 규모는 2018년 처음 100%를 넘어선 이후 불과 4년만에 23.5%포인트 늘어났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간 자금의 규모가 더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 2년 동안 시중에 풍부해진 유동성과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급증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규제가 덜한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은 332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321조5000억원)에 비해 11조2000억원(3.5%)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전 분기(13조8000억원) 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뛰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자금은 시설자금으로 잡히는데,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0% 이상이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4분기 부동산업 중 시설자금 대출액은 214조원으로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4.3%를 차지했다. 시설자금은 대부분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아파트보다는 규제가 덜한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대출 규제에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발길을 돌리는 등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인상 예고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도 가시화 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의 2년미만 정기예적금 잔액은 132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인상한 후부터 올해 3월까지 가계 정기예적금은 102조1000억 이나 늘어났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해 7월까지 가계가 은행에 맡긴 정기예적금은 14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 머니무브'가 확인된 셈이다. 같은기간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62조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간 동안 27조원 감소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던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7월에는 23조5000억원 늘었었다. MMF는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입출금식 단기 금융상품으로 기관과 법인 등의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길 때 활용한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아 펀드 시장 내 자유저축예금 격으로 인식되고 있다. 광의통화(M2)에 잡히지 않는 장기금융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잔액은 51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31조1000억원 늘었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였던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5조3000억 늘어나는 데 그쳤었다. 2년 이상 정기예금 등으로 이동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3년 6개월 만에 감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M2 기준 3658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1000억원(0.1%) 감소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0.8% 증가해 15개월 연속 두 자릿 수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전월(11.8%) 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시중 통화량이 감소 전환한 것은 2018년 9월(-2조3000억)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3월 들어 시중 통화량이 감소 전환한 것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매력이 떨어진 금전신탁, MMF에서 자금을 빼내 광의통화에 잡히지 않는 주식이나 2년 이상 예·적금 등으로 자금이 옮겨간 영향이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와 금전신탁의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여기에서 돈을 빼내 광의통화에 속하지 않는 주식형 펀드나 2년 이상 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MMF와 금전신탁 잔액은 각각 8조9000억, 10조5000억 빠졌다. 전문가들은 전년 동기대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시중 통화량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출 총량규제 완화 기조로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통화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 기조로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부동산 등에 흘러들어 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LTV 규제 완화 움직임과 분할상환방식 신용대출의 대출기간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부동산 자금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고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변수는 있지만, 양도세 중과 완화 등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출회하고 있고, 갈아타기 수요, 차익실현이 지속되면서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난영 기자 | 박은비 기자 | 이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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