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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는 직거래…시장에 혼선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중개사를 끼지 않고 매매 계약을 맺는 직거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18일 뉴시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거래 1573건 중 212건(13.5%)이 직거래로 나타났다. 5월 실거래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 있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신규 준공 주택을 직거래로 사들인 건은 제외했다. 직거래는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매수·매도자가 직접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맺는 행태로 국토부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직거래, 중개거래 여부와 중개사 소재지(시·군·구)를 공개하고 있다. 직거래 비율은 지난 2월 12.0%를 기록한 뒤 3월에는 7.7%로 줄었으나 4월과 5월에 2개월 연속으로 늘어났다. 특히 5월 기록한 13.5%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직거래는 양도세나 증여세 등의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친족과 같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거래가격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이 낮아도 정상 매매로 인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세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5월에 직거래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보유세 기산일인 6월1일 직전에 소유권을 넘겨 종부세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시세 대비 수억원 낮게 체결된 직거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84㎡가 20억1000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직전 거래가 27억원보다 6억9000만원 낮은 것이다. 또 강동구 천호동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12억4600만원에 직거래로 소유권이 바뀌었는데, 직전 거래 17억3000만원보다 4억84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의 경우에도 지난달 25일 14억8000만원에 직거래 형태로 거래됐는데 비슷한 시기 거래된 17억5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 낮다. 강북권에서도 가격이 급락한 직거래를 찾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6억41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중개사를 끼고 거래된 9억9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낮다. 재건축 단지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18단지 전용 45㎡도 지난달 6일 5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시기 거래된 가격 6억4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최근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시장 전체 거래량이 급감해 통계 표본이 적어진 가운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는 직거래가 시장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집값 흐름과는 동떨어진 직거래 가격이 시장 상황을 오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거래 다수가 편법 증여성 거래일 것"이라며 "아파트 시세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직거래는 걸러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거래도 눈에 띈다.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달 9일 12억6500만원에 직거래 형태로 거래됐는데 이는 전달 같은 평형 거래가격 22억8000만원보다 10억1500만원 낮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2단지 전용 100㎡의 경우에도 지난달 9일 시세보다 10억원 가량 낮은 12억500만원에 직거래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세 보다 5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건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봐야 한다"며 "세금 낼 것은 다 내고 상호 간 문제가 없다면 얼마든지 이런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돼 기록이 다 남는 만큼 뒷탈이 생길 수 있는 거래를 대놓고 할 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세훈 기자 | 홍세희 기자 | 고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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