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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부모가 이를 실행하기에 앞서 자녀를 살해하는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법원은 살아남은 부모들에게 대체로 실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가족의 상황에 따라 집행유예 등 선처를 한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지난 달까지 판결이 확정된 살인, 살인미수 사건 중 부모에 의해 자녀가 피해를 입은 사례는 총 29건(동일 사건 1·2심은 1건으로 집계)으로 파악됐다. 부모 손에 죽거나 다친 자녀들은 36명으로 평균 연령은 8.4세였다. ◆독단으로 극단선택 결심…저항 어렵게 만들어 범행 지난 6월 완도, 지난달 세종, 의정부에서 일가족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부모가 생활고·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뒤 벌어졌다. 이처럼 일가족이 전부 사망한 경우 외에도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 미수' 혹은 '자녀 살해 미수'로 최근 2년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부모들은 29명에 달한다. 피해 자녀 36명의 연령대는 영유아, 어린이에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세부적으로는 미취학 아동(0세~5세)이 15명, 학령기 아동(6세~11세)이 14명, 청소년(12세~18세)이 3명, 성인(19세 이상)이 4명이었다. 부모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들이 저항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2020년 10월 수원고법에서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는 배우자와 함께 극단 선택을 결심한 뒤 6살, 10살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벌레 잡는 약'이라고 속여 먹인 뒤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B씨는 배우자가 잠든 사이 발달장애를 가진 9살 자녀를 차에 태우고 나와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체격과 의사표현 능력이 발달한 청소년·성인 자녀들도 부모의 범행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7월 광주고법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C씨는 15살 자녀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몸에 좋은 것'이라며 먹였으나 자녀가 잠들지 않고 저항하자 다툼 끝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극단적 아동학대' 지적하면서도…엄벌·선처 공존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자녀를 죽이거나 다치게 한 부모들에게 일관되게 '부모는 어떤 이유로도 독립한 인격체인 자녀의 생명을 마음대로 빼앗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범죄 사실에 아동학대 혐의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범죄를 '극단적 아동학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생후 3주 된 자녀와 함께 투신해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극히 중대한 범죄인 동시에 극단의 아동학대 관련 범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살인죄의 양형기준은 징역 3년부터 무기징역 이상까지 실형으로 구성돼 있다. 양형기준을 벗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형법 제53조에 따른 '작량감경', 즉 판사의 재량 행사가 필요하다. 살인미수죄도 마찬가지로 양형기준 자체는 실형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영역 선고형의 하한은 징역 1년이다. 양형기준상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경우는 중지미수, 처벌불원 등 긍정적 참작 사유가 있을 때로 한정된다. 법원은 살인·살인미수죄가 중대 범죄임을 들어 각각 징역 3~25년, 징역 2년6개월~4년에 이르는 엄벌에 처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선처를 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실제 29건의 판결 가운데 살인 혐의로 기소된 19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4건(약 21%),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10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6건(60%)이었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주로 고려한 것은 남은 가족의 상황, (미수일 경우) 피해 자녀의 신체·정신적 상태였다. 지난해 4월 창원지법은 발달장애를 가진 21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지병을 앓는 다른 자녀를 돌봐야 하는 사정을 참작했다. 당시 재판부는 "투병 중인 자녀를 돌보게 함으로써 피해 자녀에게 못다 준 사랑을 베풀 수 있게 하는 것이 응보, 특별예방 등 모든 관점에서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또 앞선 B씨의 경우, 법원은 피해 자녀가 평소 B씨와의 유대관계가 좋았으며 범행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B씨를 부모로서 계속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귀혜 기자 | 류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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