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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직고용 판결

포스코의 사내하청 노동 문제와 관련해 원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봐야 한다는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유사한 사례를 겪고 있는 제조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 등 제조업계의 경우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대법원 판결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사내하청 논란과 관련해 직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제조업계는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일단 포스코는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며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경영계는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도급은 생산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 철강경쟁국들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특히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공정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급계약 성질과 업무특성, 산업생태계 변화, 국내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독일·일본에서는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원청의 업무지시를 도급계약상의 적법한 지시로 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 법원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 노무 지휘로 엄격하게 판단해 불법파견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전산장치를 이용한 생산관리시스템(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에 대해 원청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업무지시를 하는 수단(불법파견 징표)인지 아니면 도급 완성을 위한 정보공유 수단인지에 대해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왔다는 것이다. MES는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해 작업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인 만큼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MES를 도급관계에서 활용했다고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이번 포스코의 사례로 인해 하청직원들과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인 현대제철 또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규모는 순천공장 655명, 당진제철소 2154명 등 총 2809명에 달한다. 지난 달 21일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58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광주지법이 승소 판결하며, 이들의 직접 고용 가능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이번 포스코의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들 또한 현대제철 소속 근로자가 된다. 이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뿐만 아니라, 다른 하청 직원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우려의 시각이 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번 포스코의 사례와 비슷한 사내하도급 관련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수출용 차량 운송 등의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 등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 당초 직접고용 대상자 지위를 인정했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사례다. 2020년 12월 서울고법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김모씨 등 2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업체가 맡은 치장업무는 생산이 완료된 수출용 차량을 수출선적장에서 야적장까지 이송하는 '생산 후 공정' 내지 '생산 후 업무'"라며 "이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되지 않는 업무"라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는 분명하게 구별됐다"며 "원고들이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현대차의 손을 들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2019년 진행된 1심에서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른 비슷한 사안들의 경우 상당부분 법원이 노동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소방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고법이 원심을 뒤집고 오히려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화재감시 모니터링, 소방차·화재진압장비 점검, 공장 내 소방펌프·소화기·소화전 점검, 공장 순찰 등의 업무를 맡은 해당 노동자들에 대해 현대차가 협력업체를 통해 2차 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상 현대차의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2019년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예방점검, 생산관리, 도장 등의 업무를 수행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은 실질적으로 현대차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경우에도 사내하청 형태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4명에 대해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위아는 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 등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며 최종적으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관련 소송이 계속 맞물려있는 현대차 측은 이번 포스코의 사례가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언급 자체를 삼가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인 한국지엠도 포스코 판결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다른 회사 일이라 입장을 내거나 말을 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2005년 1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6개 하청업체 근로자 847명에 대해 불법판견을 진정해 형사재판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법원은 2013년 2월 한국지엠의 파견직종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하청 근로자가 함께 똑같은 작업을 하고 한국지엠이 하청근로자를 직접 교육하거나 업무를 지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사장은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창원 공장 하청근로자 5명은 2013년 6~7월 민사재판으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 외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부평·군산·창원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82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이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지법도 지난해 5월 사내 하청 근로자 14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카허 카젬 전 사장 등 한국지엠 임원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한국지엠 인천 부평·전북 군산공장·경남 창원에서 27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810명을 불법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카젬 당시 사장은 올해 3월초 세 번째 출국금지를 당했다가 같은 달 말 출국금지가 해제되기도 했다.

박정규 기자 | 최희정 기자 | 옥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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