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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비상

올해 높은 물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내림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풍년의 기쁨보다는 멈출 줄 모르는 쌀값 하락, 고물가에 따른 인건비 급등, 농자재값 인상 등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쌀을 대신 사들이고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쌀값 폭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정곡·도정한 쌀 기준)은 20㎏당 4만118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4758원)보다 1만3573원(24.8%) 급락했다. 하락률 또한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컸다. 산지 쌀값(80㎏)은 2021년 11월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산지 쌀값이 급락하면서 전국 쌀 평균 도매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5일 기준 쌀 20㎏의 도매가격은 4만6888원으로 1년 전(5만6380원)보다 9492원(16.8%) 하락했다. 유통비가 포함되는 도매가격보다 산지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될수록 농민들의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쌀 가격이 추락하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미곡생산량(백미·92.9%)은 388만1601t으로 전년보다 10.7%(37만5022t) 증가하며 2015년 이후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나타났다. 2000년 93.9㎏과 비교하면 21년 만에 37㎏(39.4%)이나 줄어든 셈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 이후 37년 동안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7158㏊로 전년(73만2477㏊)보다 0.7%(5319㏊) 줄어들었지만, 이마저도 쌀 소비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소비량과 생산량의 불균형으로 재고량도 불어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농협 쌀(구곡) 재고는 31만3000t으로 전년(15만4000t)보다 103%(15만9000t) 급증했다. 구곡 재고로 인한 손실은 총 2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올해도 쌀 작황이 좋다는 점이다. 농협은 올해 작황 및 재배면적을 고려할 때 쌀 생산량을 379만~385만t으로 전망했다. 반면 쌀 소비량 감소로 신곡 수요는 346만t 내외로 예상된다. 매월 재고 소진물량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10월 말 구곡 재고는 15만~18만t, 올해산 신곡은 33만~39만t으로 총 50만t 이상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가뜩이나 재고 쌀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가을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쌀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도 있다. 쌀 풍년에도 농민들은 쌀값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쌀값 급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캠페인 행사 등을 추진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14만4000t, 5월 12만6000t, 8월 10만t 등 총 37만t의 쌀을 시장격리 조치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생산량을 시장 격리했던 2017년과 같은 물량이다. 지난달에는 쌀 소비 촉진 행사 등 캠페인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올해 공공 비축용으로 햅쌀 45만t도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미로 35만t을 매입해왔으나 올해는 매입 물량을 10만t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공급을 줄여 쌀값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지만, 이미 재고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박영주 기자 |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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