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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충돌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세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금투세 과세 시기를 2년 미루고, 거래세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와 2020년 금투세 도입을 결정할 당시 시장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고금리에 세 부담까지…억울한 투자자 나올지도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금투세 도입 시 상장주식 과세 대상은 기존 1만5000명에서 15만 명으로 10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세 부담 증가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실현한 모든 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국내 상장주식, 공모주식형 펀드로 5000만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해당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대주주에만 주식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대주주는 개별주식 지분율이 1~4% 이상이거나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즉, 금투세가 도입되면 수익을 많이 낸 일반투자자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5억원을 굴리는 투자자가 수익률 10%를 올리면 금투세를 내야 한다. 투자금이 1억원인 경우 50%의 수익을 내면 여기서 20%의 세금을 떼가고, 5000만원을 2배로 불리면 마찬가지로 과세 대상이 된다. 이러면 억울한 투자자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코스피는 지난해 6월 고점(3316.08)일 때와 비교해 지난 25일 종가(2437.86) 기준 26%가량 빠졌다. 지난 9월 말 저점(2134.77)에 비하면 약 12% 상승한 수준으로 단순히 지수만 추종한 투자자라면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장이었다. 만약 내년 주식시장이 반등해 일부 종목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다른 종목과 금투세를 포함해 전체적인 손익을 따져보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에는 '고금리 시대'의 이자까지 감안해야 한다. 결국 국내 주식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투자자는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기재부는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서 "현재 해외주식은 국내보다 세 부담이 높아도 투자자 권익 보장 등 투자 매력이 높아 투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장주식이 전면 과세될 경우 세제상 이점이 줄어 해외 주식시장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투자자가 해외로 이탈하면 자본이 유출됨에 따라 환율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래세 더 낮추는 것보다 금투세 유예 효과가 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대신 증권거래세 세율을 현행 0.23%에서 0.20%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만약 국회에서 세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예정대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권거래세는 기존 안대로 0.15%까지 내려간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신 거래세를 더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투세 시행에 따른 세 부담(1조5000억원)이 거래세 인하 효과(1조3000억원)를 웃돌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떠안아야 할 세수는 결과적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금투세가 유예되면 거래세 인하 효과만 남기 때문에 인하 폭이 적어도 개인투자자의 세수 부담은 5000억원 감소하게 된다. 기재부는 "손익통산·이월공제가 적용되더라도 금투세보다 소액주주 상장주식 비과세가 대다수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며 "파생상품, 펀드 등 금융상품에 고르게 투자하지 않고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현실에서 금투세의 손익통산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금투세를 유예하는 2년간 종목당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를 제외하고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원 또는 1% 이상(코스닥은 2%)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기재부는 "최근 시장 여건은 주요국 금리 인상 등 글로벌 하방위험에 따른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더 큰 상황"이라며 "이러한 시장 여건에 대응해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대주주 과세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야당 절충안 거절한 추경호 "시장 우려 감안해 달라" 정부의 바람대로 금투세 도입이 미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야당은 조건부로 이 금투세 유예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15%로 정부안(0.20%)보다 더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방침은 철회하라는 조건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아당에서는 늘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고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비판해 왔는데, 갑자기 세수가 1조원 이상 감소되는 안을 불쑥 제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여러 대내외 경제 상황 변화와 주식시장 불안정성 등을 고려해 금투세 2년 유예를 제안했고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낮추는 안까지 발표했다"며 "야당에서도 개인투자자들과 주식시장 관련 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승재 기자 | 오종택 기자 |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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