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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영끌족

은행권의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시장 실패 우려가 제기되면서 예금에 이어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출금리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며 실태 점검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 금리와 마찬가지로 최근 대출 금리도 많이 올았으니 이자 산정의 적정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예금·대출 금리 모니터링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국이 대출금리 인상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금융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던 금융당국의 '관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리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자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에 자제령을 내린 바 있는데 예금에 이어 대출 금리까지 개입한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은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기록하며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8% 돌파를 눈앞에 뒀으며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섰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대출을 최대치로 끌어모아 집을 산 '영끌족'부터 시작해 빚을 내 전세를 구한 '전세난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저신용자, 다중채무자에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으로서는 급격히 누적되는 이자부담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급격한 쏠림이 발생할 경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통상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나 지금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므로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기마다 당국이 금융사 압박에 나서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가산금리 산정 체계의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역대급 실적 속에서 은행의 과도한 '이자장사' 비판이 높아지자 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선과 예대금리차 공시 등으로 한 차례 제동을 건 바 있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대출 기준금리는 대출 종류에 따라 양도서예금증서(CD), 은행채 등 금융채, 통화안정채권, 국고채 유통수익률 등의 시장금리나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가 주로 활용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산금리다. 가산금리는 조달금리와 대출 기준금리 간 차이에 대비하는 '리스크 프리미엄', 자금 거래 때 현금화 위험 부담을 감안하는 '유동성 프리미엄', 고객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는 '신용 프리미엄' 외에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비용' 등에다가 은행 마진을 의미하는 '목표이익률'에 최종적으로 우대금리를 의미하는 '가감조정 전결금리' 등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기준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기 때문에 조정이 어렵지만 전결금리 등을 비롯한 가산금리는 상대적으로 조정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자율적 요소가 크게 반여되는 부분인데다 금융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힘들어 '깜깜이'라는 지적을 들어 왔다. 금융당국도 이미 가산금리 세부항목 산출시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도록 업무원가, 리스크프리미엄 등 산출절차, 반영지표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키로 한 바 있다. 원가산출시 원가배분 방식에 기초해 대출종류·규모 등에 따라 차등화된 원가를 적용하도록 정비하고 리스크프리미엄의 경우 조달금리 지표가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실제 조달금리를 잘 반영하는 예금·은행채 혼합, 코픽스 등의 지표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자본비용 산정시에는 경영계획상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 또는 최근 실제 달성한 ROE 등 합리적 근거가 있는 수치를 기준으로 정비한다. 이 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자 산정 체계와 관련된 문제의식에 대해서 저희도 고민이 있어서 적정성·합리성을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각 은행의 가산금리 요인들에 대해서 분석한 바가 있는데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출 가산금리 산정시 포함됐던 예금보험료(예보료)와 지급준비예치금(지준금)의 경우 내년부터는 이자 산정시 제외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0월 가산금리 산정시 예보료와 지준금을 제외토록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이를 내년 1월부터 적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예보료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고객들이 예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하는 보험료이며 지준금은 고객의 예금 지급 요구에 바로 응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에 전체 예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예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 다 예금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 성격이 강하지만 은행은 이를 대출 이자 산정시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시킴으로써 덤터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예보료와 지준금이 가산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아 눈에 띄는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여신에 부담할 게 아니라 수신 쪽에서 발생하는 원인으로 인한 비용을 은행이 가산금리의 형태로 부담시킨 부분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있어서 지준금이나 예보료 같은 경우 가산금리에서 빼서 새롭게 산정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김형섭 기자 | 이정필 기자 | 류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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