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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부동산 장기침체 뇌관 '미분양' 줄어들까

정부가 전방위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위험선'에 바짝 다가선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한 달에 1만 가구 이상 늘어나는 미분양 물량에 제동에 걸릴지 관심이 쏠린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다. 이는 전월 4만7217가구 대비 22.9% 급증한 규모로 한 달간 무려 1만 가구 넘게 늘었다. 최근 미분양이 늘어나는 속도는 심상치 않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 2만7375가구를 시작으로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조만간 국토교통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작년 11월 기준 7110가구로 전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 급증은 집값 추가 하락 외에 자금력이 약한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는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40조원에 달한다. 건설사와 증권사의 동반 부실이 자칫 실물 경제 전반으로 번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미분양이 번지게 되면 걷잡을 수가 없고 어떠한 정책 수단도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시기상 (대응책을) 더 늦출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전매제한 축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축소,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2~5년 폐지,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기준 폐지, 특별공급 배정 분양가 상한기준 폐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 보따리로 서울 등 수도권 분양시장에 서서히 활기가 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곳은 지난달 분양에 나선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다.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이 완화되면서 계약을 망설였던 당첨자들이 마음을 돌릴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완화로 둔촌주공의 전매제한 기간은 애초 8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고, 2년의 거주의무 기간도 사라지게 된다. 또 분양가가 12억원을 웃돌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전용 84㎡도 바뀐 규정에 따라 대출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는 계약과 관련한 전화문의가 대책 발표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 관계자는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예약 전화를 받고 있는데 규제 완화 발표 전에 비해 확실히 전계약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어 계약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계약을 앞당겨서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아서 일정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분양한 성북구 장위동의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이번 조치로 전매제한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 2년과 재당첨 제한 10년도 사라진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분양 관계자는 "전매제한 축소,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의 정책이 발표된 이후 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다주택자도 중도금대출이 가능해졌고, 실거주 의무도 없다 보니 이에 관한 문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미분양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고, 추가 규제 완화에 따라 미분양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까지 집계된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기준 물량인 만큼 12월과 올 1월에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이번 정부 규제완화 조치 이후 기존 미분양 물량이 팔려나가면서 서서히 미분양 증가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완화에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규제가 없는 지방의 경우 이번 대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고금리 여파로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서울과 수도권은 조금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원래 규제가 없었던 지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금리가 여전히 부담이라 전반적으로 저조한 분양 경기가 살아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세훈 기자 | 이예슬 기자 | 홍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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