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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꼬마빌딩도 위기]③"현금 있어도 안 사"…강남도 쉽지 않네

"3~4년 전 저금리일 때 꼬마빌딩을 많이들 매수했는데, 이때 산 사람들이 최근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가격이 그때보다 많이 오르긴 했는데 최근 시세보다 10% 할인을 해서 내놔도 금리가 높으니 거래는 잘 안 되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 A공인 대표) 저금리 기조에 임대수익 창출과 시세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주목받았던 꼬마빌딩 투자가 시들해졌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강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16일 토지·건물 정보 서비스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의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는 476건으로 2021년 833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5년 652건, 2016년 742건, 2017년 717건, 2018년 552건, 2019년 622건, 2020년 776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8년간 거래량이 가장 적었다. 건물은 주택에 비해 대출규제가 적어 금융 레버리지를 통해 매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수년 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자 꼬마빌딩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1.75%로 1%대로 내려앉은 이후 소폭의 등락은 있었지만 1%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로 제로금리 시대를 맞았다. 이처럼 돈 빌리기가 용이한 환경에서 '부동산 불패' 풍조는 확산하면서 노후대비용 꼬마빌딩 투자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다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한꺼번에 올려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13일에도 0.25%가 또 올라 현재 금리는 3.5% 수준이다. A공인 대표는 "한 때 재력가들이 압구정 아파트 한 채 팔아서 꼬마빌딩을 사는 투자를 많이 했었다"며 "그런데 꼬마빌딩 시장은 금리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월세가 이자보다 낮아서 자기 돈을 더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버티겠지만 장기적으로 매물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은 매입 시기보다 많이 올랐다. 그는 "시세보다 할인해서 내놓기는 하지만 50~60억원에 샀다면 70~80억원에 내놓는 식"이라며 "현재는 현금이 있는 사람들도 빌딩 시장에 안 달려드는데, 미국 기준금리가 내리거나 우리 금리가 동결돼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심리가 팽배해야 투자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꼬마빌딩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 상권 분석을 철저히 해 예상치 못한 악재에도 건재할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꼬마빌딩 가격이 최근 몇 년간 워낙 많이 올랐고, 또 입지가 좋은 매물은 잘 안 나온다"며 "코로나 때 대학가 상권은 다 죽었는데 대치동 학원가는 끄덕없었다. 이처럼 소비 인구를 항상 불러들이는 상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상권의 특징을 보면 역세권, 오피스, 만 세대 이상 아파트가 있는 주택가, 문화가 있는 지역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특성이 교집합을 가지는 상권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슬 기자 | 홍세희 기자 | 강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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