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환율 어디로①]달러화 강세 언제까지…팔까 말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회복하면서 달러를 보유하고 있거나, 외화 예금에 가입한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지금 파는게 나을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9원 오른 1150.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140원을 밑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장중 1150선을 넘어섰고, 14일엔 1151.9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후 지난 20일엔 종가 기준으로도 9개월 만에 1150원대를 넘어섰고, 다음날인 21일엔 1154원에 마감하는 등 연일 연고점을 새로 쓰고 있다.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미국발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에 따른 강달러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델타 변이 확산이 국내와 주요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채권 등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의 향방을 두고 시장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당분간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의 영향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과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달러가 다시 하향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의견은 글로벌 백신 접종 가속화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고, 델타 변이가 외환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재료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 들지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달러 강세를 견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등 굳이 달러 자산을 추가적으로 늘릴 필요는 없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다면 일부 매도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투자의 기본은 얼마나 싸게 샀느냐는 것인데 역사적 그래프를 보면 현재 환율 레벨은 높은 편"이라며 "지금 달러 투자에 들어가기엔 매력이 떨어지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매도를 하기엔 괜찮은 선택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160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미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안정되고 델타변이가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화되면 환율 상승세가 꺽이지 않을까 싶다"며 "이르면 다음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경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진행되느냐에 따라 환율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생각보다 실시간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많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한 차례 더 오버슈팅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다만 과거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50선까지 온 적이 별로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1150원선은 매도하기에 적절한 레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원화는 코로나 확진자 이슈로 위안화 등 타 아시아 통화 대비 7월에 약세폭이 컸고 이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달러 강세는 선진국 통화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론 1140원 초반으로 안정화되다 중장기적으로는 완만하게 상승해 올 연말까진 1170원까지를 연고점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달러화 예금도 5개월만에 줄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1년 6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 달러화 예금은 804억6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14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달러값이 오르자 기업과 가계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화 예금이 줄면서 거주자 외화예금도 930억4000만 달러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현물환 매도가 줄어들고,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달러가 비쌀 때 팔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화 예금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 외환시장이 혼란스러운 만큼,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보유한 채로 관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만약 코로나19가 다른 유행 양상을 보이거나, 다른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생긴다면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썬 미국이 통화긴축을 천천히 가져갈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예상 경로로 본다면 1150원대는 어깨 위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매수는 권하지 않고, 아마 8월까지는 코로나19 상황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원자재 가격 조정 등으로 혼란스러운 장이 될 테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옥주 기자 | 최홍 기자 | 이정필 기자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