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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고삐 풀린 물가에 서민 부담↑"…올해 상고하저?

올해도 물가가 지난해처럼 고공행진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신선채소 및 축·수산물 가격은 물론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거의 대부분의 식음료 품목들이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 부담은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폭은 10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정부가 전망한 수치를 상회한 것이다. 국민총소득과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는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물가가 급등해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넣었다. 지금까지 물가안정 자체가 정책목표로 제시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행보다. 올해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물가 안정을 예상하는 이들은 국제 곡물가격이 하향 안정화,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식음료를 중심으로 한 물가가 잡힐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난해처럼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다.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은 주요 국가의 내수 회복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2020년=100)으로 2020년 대비 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4% 상승세를 기록한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덮쳤던 2015년(0.7%) 이후 3년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2019년(0.4%)과 2020년(0.5%)에는 1965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렀다. 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초에는 0~1%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동안 3%대 상승률을 보였다. 12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7% 오르기도 했다. 실제 물가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2%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8.7% 상승했다. 2011년(9.2%)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업제품은 2.3% 상승했다. 2012년(2.8%)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가공식품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1~2분기에는 소재식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인상이 이뤄졌고 3~4분기는 돼지고기, 밀가루, 원유 가격 인상의 후폭풍으로 라면·과자·유제품 등 가공식품 업체들의 인상이 이뤄졌다. 1분기에는 음료수, 반찬, 두부, 콩나물, 즉석밥, 고추장 등의 가격이 올랐다. 2분기에는 수산물 통조림, 업소용 식용유, 꽃소금, 면·떡, 즉석 컵밥 등의 가격이 주요 곡물가 인상을 반영해 판가 인상에 나섰다. 3분기에는 돼지고기 값, 밀가루 상승에 따른 여파로 육가공식품, 라면, 과자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4분기에는 지난 8월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우유를 중심으로 한 유제품 가격이 올랐다. 밥상 물가 상승은 올해 초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을 멈추고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안정화된 이후 밥상 물가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곡물가격은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주요국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발생하면서 급락한 뒤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수입 곡물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곡물 수출을 중단했고 주요 생산국 작황 부진까지 겹친 데다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안정화에 따라 돼지 사육두수가 빠르게 회복(수요 증가)돼 곡물가는 고공 행진했다. 올해는 작황 부진 이슈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수다. 또 중국 돼지 사육두수 역시 정체되고 있어 올해 초부터는 곡물 가격은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곡물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공식품의 경우 올해 초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1분기 이후부터는 가격 인상 요인이 사라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도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인상을 자제할 수 있어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은 지난해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이어졌다"며 "지난해 말부터는 작황 부진 이슈가 해소되는 가운데 중국 돼지 사육두수 역시 정체되고 있어 올해 1분기부터 곡물 가격 하향 안정화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물가상승폭 둔화를 전망한다.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는 2% 내외로 차츰 안정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이 국제유가와 식품가격 상승인 만큼 물가 상승 속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재확산도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 김혜경 기자 | 권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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