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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택시기사들]①일반시민부터 공직자까지…걸핏하면 '음주폭행'

'2587건→2894건→4261건' 택시 승객이 기사에게 욕설 및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기사 폭행 사건은 피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사적 모임이 늘어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운전자(택시·버스·승용차) 폭행 사건은 4261건(잠정치)에 달한다. 지난 2019년 2587건, 2020년 2894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4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47% 이상 늘어난 수치다.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은 대체로 피의자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주취 상태에서 벌어진다. 단순히 기사를 폭행하는 수준을 넘어 달리는 차안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지난 14일 울산의 한 도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그 앞에서 소변까지 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만취한 A씨는 요금을 내라는 기사의 얼굴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는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택시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40대 남성 B씨가 체포됐다. B씨는 서울 강남구까지 아슬아슬한 음주운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택시 기사는 예약된 손님이 있어 태울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격분한 B씨는 주먹을 휘두르고 차를 빼앗았다고 한다. 비단 소수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공직을 수행하는 공인이 기사 폭행에 연루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지위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저지를 만큼 관련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근처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택시 기사는 술에 취해 잠든 이 전 차관을 깨웠더니 그가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샀고 이 전 차관은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현직 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나들목 부근에서 운행 중인 60대 남성 택시기사를 깨무는 등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택시의 문을 열겠다고 했고, 이를 말리는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24·제천시청)씨도 지난 3월 대전 유성구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택시 안에서 목적지를 묻는 운전기사를 이유 없이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코로나19 사태도 택시기사 폭행 범죄를 증가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실외 마스크 착용 지침은 해제됐지만, 아직 대중교통 내부 등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탑승한 손님이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북 상주에서는 지난해 2월 당시 경찰이었던 C씨가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택시 기사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 노원구에서도 한 20대 여성은 택시기사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며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택시가 운행되는 도중에 폭행이 이뤄질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폭행죄가 적용된다. 해당 조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수사 및 재판 등이 진행된다. 교통사고 사건을 주로 전담해온 최충만 변호사는 "택시가 운행 중일 때뿐 아니라 정지해있는 상황에서 폭행이 이뤄져도 특가법상 운전자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대체로 초범일 경우 벌금, 두 번째는 집행유예, 그 이상은 실형까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서 기자 | 이소현 기자 | 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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