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韓에서만 '망값' 요구?…해외 사례 살펴보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분쟁에서 촉발된 '망 사용료' 논쟁이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망무임승차방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유럽에서도 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빅테크들의 망 투자비 분담요구가 거세다. 별다른 시설투자없이 통신사들의 네트워크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만큼 증설에 따른 비용을 분담하는 게 합당하다는 목소리다. ◆ EU 통신사도 '망 투자 분담' 강력 목소리…입법 움직임도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지난달 회원사 CEO 성명을 내고 "유럽이 디지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도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프라를 이용하는 빅테크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달라는 요구다. ENTO는 이 성명에서 "지속가능한 인터넷 생태계를 확보하는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며 "목표로 제시한 2030년 유럽 전 지역 광케이블 및 5G 네트워크 구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약 50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한데 올 상반기 광케이블 가격은 거의 두 배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기여는 보다 빠른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는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들의 망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 제정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3개국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EC는 ‘연결 인프라 법안’에 빅테크가 망 투자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3국이 지목한 빅테크는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6개 미국 기업이다. 6개 기업의 유럽 내 데이터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 美도 동참 움직임 "공정한 몫 기여해야"…GSMA '투자 분담 보고서' 채택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안방인 미국에서조차 망 투자비 분담 요구가 거세다. 지난달 브랜던 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EU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는 광대역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기여하기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 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양쪽에서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자금 마련을 마련하는 방식은 1990년대 모뎀과 전화 접속 시대 이후 바뀌지 않았다"며 "이는 정보 격차를 좁히는 데 필요한 막대한 수준의 투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유럽 모두 빅테크가 인터넷 생태계에 공정한 몫을 기여하기 시작하도록 요구하는 접근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고 했다. FCC 외에도 빅테크들의 비용 부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미국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9월 빅테크 기업들에게 농어촌, 학교 등에 필요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인터넷 공정 기여법'을 발의했고, 이는 올해 5월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미 텍사스주에서는 오스틴, 휴스턴, 댈러스 등 25개 지방자치단체가 넷플릭스와 훌루 등을 상대로 콘텐츠 전송을 위한 도시 공공 인프라 사용요금인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글로벌 CP들의 네트워크 트래픽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사용료를 냄으로써 지역의 인프라 유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미국의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자체가 보유한 유선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2022‘에서 이사회를 열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CP가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승인했다. GSMA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220여 개국 800여 개 통신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GSMA는 최근 또다시 성명서를 내고 통신사들의 망 투자 분담 요구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이 성명서에서 GSMA는 “디지털 인프라는 모든 국가의 국익”이라며 “스트리밍 비디오와 같이 데이터가 많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통신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놀랍게도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단 6개의 글로벌 인터넷 회사에서 생성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터넷 생태계의 모든 부문은 경쟁시장에서 공정한 수익을 낼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업계 관계자나 정책 입안자 등은 규제 비대칭성, 시장 왜곡 등의 요인이 이러한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하고,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 지원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대가가 마련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GSMA에서 한국에 방문해 국회와 정부 담당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본격화하는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 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혜 기자 | 윤현성 기자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