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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중개업체 줄폐업 계속…"중개수수료 50% 이상 할인"[거래절벽 도미노①]

"갑작스럽게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게 돼 저렴한 가격에 내놓습니다. 위치는 역세권 내 아주 좋은 자리이며 권리금도 확 내렸습니다.", "급히 부동산 사무실을 양도해야 할 상황이어서 권리금 포기합니다." 최근 극심한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인해 공인중개업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을 이사대목은 커녕 공인중개업소 휴·폐업이 줄을 잇고, 남은 중개업소들은 '중개수수료 반값 할인' 카드까지 내놓으며 간절히 손님을 찾고 있다. 8일 살펴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직거래 게시판에는 지난 6일 하루에만 이같은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글이 총 135건 올라와 있었다. 최근 이 게시판에는 매일 100여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월 10~20건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간 전국에서는 994개 업소가 폐업하고 72개 업소가 휴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간 신규개업한 업소보다도 더 많은 수였다. 지난 8월 전국 공인중개업소 신규개업 공인중개업소는 906개 업소로, 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최저기록이었다. 8월 개업 공인중개사 수 역시 11만8888명으로 전월(11만8917명) 대비 더 줄어들었다.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 4월(11만8280명), 5월(11만8860명), 6월(11만8924명)까지 계속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7월부터 11만8917명을 기록, 하락세로 꺾였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데이터를 보면 지난 7월부터 신규개업수가 조금씩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이제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며 "최근 공인중개사분들은 장사가 안 되는데도 계속 월세를 낼 수는 없다보니 권리금을 포기하고라도 중개업소를 내놓으려고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절벽에 못 버티고 가게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중개업소들은 눈물의 중개수수료 반값 할인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일대에는 '중개수수료 40% 할인' 등의 문구가 쓰인 대자보가 곳곳에 걸리고 있다. 또 한 공인중개사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오를대로 오른 집값·금리에 집 사기 힘든 시기다. 중개수수료가 한 번 내리긴 했지만 영끌하시는 분들에겐 아직도 부담일 것"이라며 "최근 중개수수료 할인 플랫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절약해드리면서 저도 돈을 벌고자 한다. 반값 플랫폼은 많으니 최소 50% 이상 할인해드리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래절벽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672건에 그쳤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000건 이상은 기록해왔으나 7월부터 642건으로 급락한 뒤 계속 600건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너무 조용하기 때문에 할 말도 없다. 매매도 안 되고 전·월세도 안되고, 심지어 전화도 없다"며 "이제는 몇 억씩 떨어지는 하락거래가 급매라고 보기도 어렵다. 거의 다 그렇게 나오는데 매수자들은 좀 더 있으면 더 내려갈 것 같으니 사지 않고 관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 대부분 지역과 일부 수도권의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면서 부동산 거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실제 거래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수자의 입장에선 매입 의지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집중된 데다, 매매가 상승이 정체된 상황 속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을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최근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부담이 현실화 돼,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을 기대하기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고가혜 기자 | 박성환 기자 | 강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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