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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은행 뭉칫돈 활용③]취약계층·구조조정 새역할 주문도

최근 금리 상승기 속 자금시장 경색과 맞물려 은행의 역할을 향한 여러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예·적금 이자로 은행에 뭉칫돈이 몰리면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10월 두 달 간 금융권 수신 증가 규모는 은행권의 경우 43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비은행권은 24조6000억원 순유출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예금금리가 큰 폭 오르자 비은행권에서 유출된 자금이 은행권 정기예금 등으로 유입되는 등 비은행에서 은행으로의 '역(逆)머니무브'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은행권의 수신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49%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이후 통계에서 이같은 역머니무브는 더 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금융권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 그리고 기준금리 인상까지 맞물려 나타난 예·적금 이자 경쟁이 은행으로 뭉칫돈을 몰리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쏠림의 배경과는 별개로 은행이 지금과 같은 상황의 금융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사정이 나은 데다 예·적금으로 몰려든 자금을 금융 취약계층이나 제2금융권 구조조정 지원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 차주들 중에서 저신용 차주들이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서 은행들이 공공성을 발휘해 줄 필요가 있다"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 중에서도 고정 금리로 갈아타고 싶은 차주들이 있는데 은행이 그동안 본 이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낮춰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에서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하는 바람에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있는데 은행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산금리 등에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고정금리 대출로 많이 갈아탈 수 있게 되면 결론적으로 대출 수요도 늘어날 수 있고 낮은 금리로 오랜 기간 동안 이용하면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은행들은 최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에서 차주 지원책을 가동하고 나섰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잔액 1억원 원금분할상환 주담대 보유 고객 가운데 대출 기준금리가 지난해 12월말 대비 0.5%포인트 이상 상승한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0%포인트까지 12개월 간 대출 이자 유예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약 5개월 간 신규 코픽스(6개월변동) 기준금리 전세자금대출(신규 및 연장) 이자를 최대 0.86%포인트 내렸다. 은행이 제2금융권 부실 사태에 대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권이 예보료를 더 부담해서 예금보험공사의 기금을 튼실하게 만들어 놓고 저축은행 계정으로 대출을 해서 그걸 갖고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재원으로 쓰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일부 저축은행이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어려운데 부도가 나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기금에 실탄이 필요한데 예금 증가를 가장 급격하게 누리고 있는 곳이 은행이니 은행의 예보료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섭 기자 | 이주혜 기자 |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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