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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3년치 연봉 준다지만…"희망퇴직? 안 할래요"

경기 불황으로 미국에서 직원 감원이 본격화하면서 한국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감원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발빠르게 나선 상황이다. 11일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와 사람인에 따르면 HMM, 푸르밀, 하이트진로, LG유플러스, 현대제철 등은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HMM의 경우 지난 7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지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받았다.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근속연수 가산분, 자녀 학업 지원금,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푸르밀은 지난달 10~14일 전 직원의 3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만 10년 근속 직원까지는 5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만 25년 근속자는 6개월치, 만 25년 이상 근속자는 7개월치를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지난 10월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하이트진로는 15년차 이상에게는 통상임금 34개월치, 20년 이상은 통상임금 40개월치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창업지원 대출 최대 5억원, 학자금 지원 퇴직후 1년치 등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만 50세 이상, 만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최대 3년치 임금과 성과급 200% 등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자녀 대학 학자금 최대 4학기 분을 제공했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 조건이 이전보다 좋아지면서 희망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줄었지만 여전히 희망퇴직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지만 희망퇴직이슈가 공론화되는 것을 꺼려한다"며 "요즘같은 불경기에 목돈을 받고 나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적기 때문에 희망퇴직 인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지난달 최대 39개월치 임금 제공,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2022년 성과급 등 파격적인 조건의 희망퇴직을 내걸었지만 신청자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불황→실적 부진→일자리 감소→소비 위축 '악순환' 경기 불황으로 인한 기업 인원 감축이 실시되면 일자리 감소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결국 소비력이 약화돼 경기 흐름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기업 실적이 괜찮았지만 하반기부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 소장은 이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낄 수 있는 걸 아끼고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하는데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인건비"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희망퇴직을 받으면 물론 당장은 목돈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며 "결국은 인건비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IT가 감원 1순위, 정부 차원의 선제적 지원도 검토해야 업황 불황으로 인한 대표적 인력 감축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야는 IT다. 지난해 고액 연봉을 앞세워 인재 유치에 나섰던 국내 IT 기업들은 올해의 경우 기존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장기 불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IT업계 연봉 인상을 주도하며 세자릿수 채용을 진행했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올해는 신규 채용에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근로기준법상 대규모 감원 조치가 어려운 만큼 신규 채용문을 닫는 분위기다. 실제 최수연 대표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확장에 따른 필수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 역시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경기 불황이 기업들의 감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한번 해고된 근로자가 단시일 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며 "기업의 고용 축소는 가계 소득 감소, 소비 위축, 기업 이익 감소, 추가 고용 축소의 악순환을 통해 경기 침체 폭을 더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어 "최근 경기 둔화가 기업의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 유희석 기자 | 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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