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빌라의 눈물]③앞으로가 더 문제…역전세난에 보증금 불안 계속

지난해부터 고금리 여파로 인한 빌라·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거래절벽에 따른 역전세난 확산으로 신축 빌라 등에 거주하던 임차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다. 3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87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226건)보다 51.02% 증가했다. 이는 대법원이 통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의 명령을 통해 받는 권리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 신청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해당 수치의 급증은 그만큼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한 달 신청 건수는 약 200~300여건 수준이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절벽이 시작된 하반기 이후부터 ▲8월 352건 ▲9월 407건 ▲10월 427건 ▲11월 580건로 급격히 늘기 시작해 지난달 결국 월 1000건을 넘겼다. 특히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1153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했음이 확인돼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인으로부터 문자 답장을 받지 못하면 내용증명, 공시송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울 중구의 한 신축빌라에 거주하는 30대 신혼부부 A씨는 "전세대출금리가 너무 올라 2년 만기를 앞두고 퇴거를 통보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 몇 차례 말다툼이 오갔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단돈 500만원에 갭투자를 한 집이었다"며 "임차권 등기 설정을 위해선 퇴거 통보에 대한 임대인의 답장이 꼭 필요한데 계약상 명의자인 집주인의 딸은 연락을 전혀 받지 않아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또 HUG 등의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지 못한 경우 직접 강제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보전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강제경매 신청 건수도 최근 들어 계속 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제경매 개시결정은 6049건으로 지난해 10월(4822건) 대비 25.4% 증가했다. 전달(5905건)에 비해서도 2.4%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강제경매는 절차가 매우 길고 복잡해 임차인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경매로 주택을 매각하더라도 국세 등 선순위 채권이 먼저 회수되고 나면 남는 금액은 턱없이 모자라는 등 임차인의 피해를 불러오는 사각지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빌라 등 주택에서 전세부실에 따른 피해 급증 우려가 크다며 임차인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악의적인 임대인의 전세 사기가 아니더라도 2023년은 전년에 비해 약 5만호 정도 입주물량이 늘어날 예정"이라며 특히 입주가 많이 몰리는 지역이나 대단지 위주로 전세 매물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되는 만큼 주택 임차인은 만에 하나 있을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빌라 등 주택 전세시장 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 주관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TF'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주인에게 사전 고지를 않고도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토부는 다음 주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종합 대책도 발표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적정 전세가격,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을 확인해 깡통전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 전세피해 지원센터 추가설치 및 HUG 전세보증보험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대책은 다음주 중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지만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며 "보증보험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었던 악성 임대인 명단은 법 개정 문제로 당장 앱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관련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보호법과의 상충 문제 등으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국회를 통과하는대로 앱에 해당 기능을 업데이트한다는 방침이다.

고가혜 기자 | 이예슬 기자 | 홍세희 기자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