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반쪽 그친 경찰 수사…검찰에선 사건 실체 밝힐까

오는 5일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100일째를 맞지만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긴 뒤 일부 핵심 피의자들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두 달 반에 걸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는 '윗선'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는데,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특히 주목된다. ◆이태원 참사 책임 경찰관들 재판 시작…이임재·박희영 주목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우선 기소된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강성수 부장판사는 오는 8일 증거인멸 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 정보라인 경찰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들은 핼러윈 축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생산한 인파 급증 예상 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이임재(52)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등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관계 공무원들의 재판도 곧 열릴 예정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8시30분께부터 관용차에서 무전기를 듣고 있었다. 특히 오후 9시10분께부터 인파가 몰린다는 다급한 보고가 무전에 쇄도했고, 당시 현장 책임자인 송모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도 통화했기에 위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59분께 비서실 직원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에 붙은 윤석열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떼어내라는 지시를 내려 인파 밀집 신고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적시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이 이태원 참사 전후 자신들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가 보다 상세히 드러날 전망이다. ◆특수본서 바통 넘겨받은 검찰, 고강도 보강수사…서울청장 정조준 하지만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특수본은 73일 간의 수사 끝에 이 전 서장, 박 구청장 등 23명을 송치했고 지난달 13일 활동을 종료했다. 바통을 넘겨 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이 전 서장, 박 구청장 등 총 17명을 우선 기소하고 수사를 계속 중이다. 검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아직 기소하지 않은 참사 관련자들에 대한 고강도 보강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청장 집무실을 포함해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특수본 송치 전인 같은 달 10일까지 더하면 서울경찰청만 총 3차례 압수수색한 셈이다. 검찰은 김 청장이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정민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이 최근 검찰 수사팀에 파견된 점도 주목된다. 최 연구관은 안전사고·재난·재해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안전사고 전문 검사로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수사한 바 있다. ◆'윗선' 수사 사실상 마지막 기회…행안장관 등 경찰 수사기록 검토 이처럼 검찰이 사실상 재수사에 준하는 수준의 추가 수사를 하면서 이번에는 특수본이 무혐의 처분했던 '윗선'까지 칼끝이 뻗어나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앞선 특수본 수사 결과 경찰 고위직 중 신병을 확보한 것은 경무관인 박 전 부장에 그쳤고, 김 청장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73일간의 특수본 수사가 결국 경찰·소방·구청 실무자까지만 닿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청장에 대해선 불송치(각하) 또는 입건 전 조사 종결 등으로 수사를 끝냈다. 특히 이 장관과 윤 청장은 법리상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수본 수사에서 제외된 '윗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보강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점이나 피의자가 발견된 것도 검찰 수사에 기대가 모이는 배경이다. 박 구청장에게 참사 당일 도착시간이나 재난 대응 사항을 허위로 꾸민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가 추가됐고, 이 전 서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모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게 대표적이다. 더욱이 55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강제력이 없는 조사의 한계를 보이며 반쪽으로 끝났고, 특검(특별검사)도 여야 합의가 필요해 실제 도입까지는 제약이 커 사실상 검찰 수사가 윗선 책임을 규명할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다. 한편 검찰은 이 장관, 윤 청장 등에 대한 불송치 기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필요할 경우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정진형 기자 | 전재훈 기자 | 위용성 기자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