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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간음죄 논란③]동의 중심 해외 성범죄 체계, 어떻게 작동하나

국내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이 대립하는 가운데 유럽 등 해외에서는 동의 중심의 성범죄 체계가 구축 중이다. 단 '무고' 등 피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한 점에 눈에 띈다. 1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21년 10월 발행한 'KWDI 이슈페이퍼'의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내외 사례연구를 보면 영국은 2003년에 성범죄법 개정을 통해 동의 개념의 성범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동의 여부만 놓고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영국에서는 동의 규정과 관련해 동의 능력, 동의할 자유, 동의를 얻기 위해 취한 단계, 동의에 대한 합리적인 믿음 등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동의할 자유에서는 단순한 동의 표현 여부가 아니라 가정폭력, 권력의 위치, 재정적으로나 보살핌을 위해 가해자에게 의존한 경우, 나이 차이가 있는 경우, 동의를 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지 않은 경우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독일 역시 동의 없는 모든 성적 침해 행위를 성폭력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인식 가능한 의사에 반하는 성적 침해 행위만을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네거티브 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구진이 분석한 독일연방대법원 판례를 보면 부부 사이에도 구타를 당해 아픔을 느끼며 울고 있는 아내를 남편이 침대로 옮겨 성관계를 맺은 경우나 피해자가 싫다고 표현했음에도 자위행위 장면을 찍어 전송하도록 한 경우에 인식 가능한 의사에 반하는 성적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표면적으로는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던 적이 있는 가운데, 성관계 요구에 대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의사에 반하는 성적 침해 행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일부 해외에서는 무고로 인한 피해 방지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동의 중심의 성범죄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연구진은 "폭행과 협박이 없다면 동의한 성관계라는 애매모호한 인식을 타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영국의) 동의할 자유 부분에서 제시하는 예들은 우리의 판단 기준 마련 시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여성 단체 등 222개 단체가 연대하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 회의'에 따르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06년 제2차, 2017년 제3·4·5차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제7차, 2018년 제8차 최종 견해에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할 것을 권고했다. 2021년 유엔인권이사회도 강간에 관한 입법모델(프레임워크)을 채택하고 국가는 강간 정의의 핵심에 동의 없음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해외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일부 국가에서 비동의 간음죄가 입법화된 경우가 있지만, 이는 형법상 성폭력 범죄의 체계가 우리와 다를 뿐 아니라, 이런 식의 비동의 간음죄로 인한 부작용으로서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교제를 막는 등의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무서 기자 | 권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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