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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개교 논란 켄텍③]에너지난에 인재 육성 절실…교육시스템 특허까지

글로벌 에너지난에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한국전력의 수조원 적자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한전의 비용 축소 노력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낮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중장기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에너지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30조원 적자로 재무구조 개선을 해야 하는 한전이 켄텍에 약 1600억원을 출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도 거세지만, 궁극적으로 에너지난 해소를 위한 인재 양성에 한전에서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켄텍의 교육의 질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뉴시스 취재진은 지난 15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켄텍)에서 김경 에너지공학부장(교육혁신센터장)을 만났다. 김 학부장은 켄텍이 기존 에너지 대학 교육 모델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학이 될 수 있도록 ALC(Active Learning Classroom)시스템을 도입한 인물이다. 이 방식으로 이미 특허를 취득했으며, 그는 지난 2021년에는 미국교육 공학회 최우수 개발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국내 최초로 미국의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 이공계생에게 인문·사회 등 다양한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과연 켄텍의 에너지 인재 육성 환경은 타 대학과 어떻게 다를까. 다음은 김 학부장과 일문일답. -학교를 둘러보니 강의실이 굉장히 독특하다. 이 모든 설계가 학교를 짓기 전부터 계획한 것이라고. "우리는 이곳을 강의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강의실은 교수가 수업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선 학생들의 배움이 액티브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앞 글자를 따서 ALC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수가 일방적인 설명을 하는 게 아닌, 문제를 던지면 학생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간은 책상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모니터가 올라오고, 각자 마이크를 이용할 수 있으며, 말을 하면 얼굴이 카메라로 잡혀 모두가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됐다. 각자의 태블릿과 PC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 가능하다. 이를 미러링이라고 하는 고도화된 공간이라 보면 된다. 벽면도 교수를 위한 칠판이 아닌 '월 글래스'로 둘러 싸여 학생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하며 낙서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다. "물론 이것은 하드웨어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이다. 이곳에서 다뤄지는 학생들의 모든 행동과 대화가 데이터로 축적된다. 학생들이 지금 잘 참여하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교수가 들고 있는 태블릿으로 전송된다. 가령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팀의 대화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되는데, 한 학생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데 어떻게 기여했고, 대화 속에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는지 데이터가 분석되는 식이다. 그러면 교수는 그 학생의 어느 역량이 부족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정확히 지도할 수 있다. 팀 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실제로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 교육 시스템으로 이미 특허를 받았다고. "공간으로 특허, 학생들의 대화를 추출하는 기술로 각각 특허를 받았다. 지난해 이를 포함 총 4개를 출원한 상태다. 미국 특허도 따로 준비 중이다." -켄텍이 세계적인 혁신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미네르바(Minerva) 대학의 수업 방식을 국내 최초로 정규 교육 방식으로 도입하는데 학부장께서 주도했다고 들었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도입한 계기와 과정 등이 궁금하다. "에너지는 곧 인류의 문제다 보니 공학만 가르쳐 될 일이 아니라는 게 학교의 생각이었다. 유능한 인문·사회 교수를 모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러던 중 미네르바 대학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데 이르렀다. 이 시스템이 지식이나 소양을 교수가 전달한 뒤 테스트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지 않나. 키워드를 주고 굉장히 많은 토론과 발표가 이뤄진다는 점, 이 모든 게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 비전과 맞았다. 문제는 미네르바 자체가 협정을 맺을 해외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 자체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학 서열화의 기준이 아닌,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철학 등을 깐깐하게 따지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한 곳과도 체결한 적 없었다. 저는 미네르바 담당자를 만나 우리 학교의 비전과 가치, 철학 등을 설명했는데, 당시 개교 전이었음에도 성공적으로 협정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 학생들은 미네르바 대학과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플랫폼에서 미네르바 학생들과 배우고 있다." -학생 당 교수 비율이 10대 1로 높은 점도 인상적이다. "인원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활발한 소통도 강점이다. 학생 한 명 당 세 명의 교수가 책임지는 '트리플 어드바이저'란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소통이 굉장히 활발하다. 교수의 역할은 수업이 아니다. 수업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학생을 케어하고 성공시키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켄텍은 그런 플랫폼이 돼 있다."

이승주 기자 | 임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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