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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바닥 친 수출, 반등의 시간

무역수지가 3월에도 악화하며, 25년 만에 처음으로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업황 침체에 수출 감소세가 6개월째 이어지는데다 , 반도체가 중국시장 실적까지 삼키면서 '반도체 블랙홀'에 빠진 모양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13.6% 감소한 551억2000만 달러(약 72조2072억원), 수입은 같은 기간 6.4% 감소한 597억5000만 달러(약 78조2725억원)로 집계됐다. 이로써 3월 무역수지는 46억 달러(약 6조52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 연속 적자로,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는 올해 들어 개선되는 듯 보인다. 지난 1월 126억5000만 달러(약 16조5715억원)과 2월 52억7000만 달러(약 6조9037억원) 순으로 줄고 있으며, 1월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산업부는 "적자 규모가 점차 개선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심각하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472억3000만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많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32억6740만 달러) 때 보단 약 3.5배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1분기(1~3월) 누적 적자 규모(225억8000만 달러)가 이 수치의 절반(236억1500만 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물론 무역수지 악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던 수입 증가세가 잦아들면서, 적자도 일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6.4% 줄어든 597억5000만 달러(78조2725억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수출은 여전히 큰폭 감소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여전히 '반도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1월은 조업일수가 짧았다는 점에서 단순 올해 월별 무역적자 규모가 줄고 있다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에는 반도체 부문이 100억 달러 흑자였다"며 "즉 올해 1~2월에만 반도체 부문에서만 81억 달러 무역수지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수출 실적은 자동차(64.2%)와 이차전지(1.0%) 등에서 증가했지만 반도체(34.5%)와 디스플레이(41.6%) 등 정보기술(IT)에서 큰폭 감소했다. 월별 반도체 수출증감률은 지난해 29.1% 감소로 시작해 이달 34.5%까지 두자릿수 하락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D램 등 반도체 제품가격 하락세가 계속된 영향이다. 특히 D램·낸드(NAND)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수요가 줄어들자 크게 하락했다. 시스템반도체도 IT부문 전반 업황이 악화되면서 전년 대비 18.4% 감소했다. 이 같은 반도체 약세는 중국 시장까지 삼켰다. 국가별 수출 실적도 미국(1.6%)과 중동(21.6%)에서는 자동차·이차전지 등 호조세에 힘입어 증가했지만, 중국에서는 33.4%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품목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 역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25일 기준 중국 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9.5% 줄었다. 지난 1월 46.2%, 2월 39.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내 반도체' 수출 실적은 더 악화된 셈이다. 구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요인도 있지만, 우리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크다"며 "수출의 약 20%가 반도체인데, 반도체 가격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니 타격이 클 수밖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속되던 무역적자가 갑자기 금방 흑자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를 올해 또 넘어서면 경상수지 적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건은 반도체 업황 개선 시점이다. 반도체 침체의 바닥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전문 연구원은 "수요 회복세가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재고 상태는 우려보다 건전한 상황"이라며 "연초 극심하게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기저를 형성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반도체 가격 하락폭은 수량 증가폭 대비 작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월별 반도체 수출액 감소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이달까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4월은 메모리 주요 고객사인 미국 기업들이 재고 자산 가액을 줄이기 위해 분기 내 구매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며 "5월부터는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 손차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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