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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코스닥]제약 업종 7500억 내던진 기관…정보 비대칭 '여전'

올해 코스닥 시장서 기관 3017억 순매도…거래 비중 5% 그쳐
에이치엘비, 코오롱티슈진, 차바이오텍 등 매도 상위 종목 올라
기술분석보고서 등 대책 효과 미미…"기관 자금 유입 둔화 당연"
우본, KRX300 출범 5개월만에 BM 도입…연기금 도입 기대감도

등록 2018.07.01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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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8.1.2~2018.6.29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 순매도 상위 30종목. (자료 = 한국거래소 제공)

【서울=뉴시스】2018.1.2~2018.6.29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 순매도 상위 30종목. (자료 = 한국거래소 제공)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기술분석보고서, 통합 지수 출시 등 코스닥 시장에 기관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가시화됐지만 기관의 관심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3016억6700만원을 내던졌다. 같은 기간 개인이 2조2281억원어치를 사들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의 거래 비중은 5.0%로 개인(85.4%), 외국인(8.7%)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약을 가장 많이 팔았다. 기관은 제약 업종에서 코스닥 시장 전체 순매도 규모의 2배가 넘는 7489억63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 30개 중에서도 차바이오텍(377억7627만원), 동구바이오제약(376억3211만원), 알리코제약(356억2904만원), 휴온스(208억6908만원) 등 제약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거래소에서 제약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진 않지만 바이오 관련 사업을 영위하며 소위 '건강관리' 업종으로 함께 묶이는 종목들까지 포함할 경우 에이치엘비(618억3824만원), 코오롱티슈진(407억1019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220억104만원)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 유입 둔화는 어쩌면 당연하다. 바이오 기업의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나타나 추가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한 재평가는 계속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으로의 기관 자금 유입이 미미한 이유는 단연 정보 비대칭성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많은 데다 애널리스트들의 커버리지도 코스피 시장보다 월등히 적어 좋은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총 25개 발간된 것과 대조적으로 코오롱티슈진(3개), 에이치엘비(7개), 차바이오텍(4개), 동구바이오제약(7개), 알리코제약(6개) 등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보고서 수가 월등히 적었다. 매도 상위 제약·바이오 종목 중에선 그나마 휴온스(15개)에 대한 보고서가 가장 많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IR협의회는 지난달 31일부터 600여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기술분석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27일까지 보고서가 발간된 기업들의 발간일 이후 주가상승률은 평균적으로 6.7% 감소했다. 보고서 발간 기업에 대한 기관 투자 비중 역시 1.0%에서 1.1%로 0.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뉴시스】정운수 코스닥시장본부장(왼쪽)과 길재욱 코스닥시장위원장이 21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운수 코스닥시장본부장(왼쪽)과 길재욱 코스닥시장위원장이 21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3.21. [email protected]

거래소 역시 코스피와 함께 코스닥 우량 종목을 혼합해 새롭게 구성한 KRX300에 이어 KRX300에 포함된 대형주를 제외한 중형주 중심의 통합 지수 KRX미드200을 출시하며 기관의 관심을 유도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길재욱 코스닥시장위원장 역시 KRX3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 위주로 거래되며 기관의 참여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초점이 코스닥 시장 자체가 아니라 상장사 개수를 늘려 자금을 제공해주는 형태"라며 "건전하지 못한 기업을 무작정 받아들이다 보면 시장 전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고점 대비 주가가 80~90% 떨어지는 건 순식간일 것인데 기관들이 투자하겠나"라며 "이젠 바이오 기업들도 주가가 오른 만큼 이익을 낸다는 걸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우본) 예금사업단이 다음달부터 퀀트 액티브 자금에 대한 벤치마크(BM) 지수를 코스피200에서 KRX300으로 교체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다. 우본은 KRX300 지수 출범 5개월 만에 국내 주요 연기금 중에선 최초로 KRX300을 BM으로 도입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본의 KRX300 도입은 다른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의 KRX300 도입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패시브 투자 비중이 높은 연기금의 직접투자 부문에서 KRX300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이번달부터 코스닥 시장을 비롯해 장외주식시장(K-OTC) 상장사들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를 발간한다.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 6개사 중 3개사를 선정, 투자 정보가 부족했던 204개 기업들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서 다루기 힘든 업종에 대한 보고서 작성도 유도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