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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의 역설③·끝]'법 바꾼 공' 인정 않는 규제 샌드박스…"인센티브 늘려야"

정부, "법 개정 사항 주기적으로 관리" 약속
공공 조달 지원·스타트업 펀드 등도 있지만
지원책 파편 같아 실제 이용 어렵다는 평가
"홍보 더 해 달라" "상생 분위기 확산해 달라"
제도 존속 위해서도 '스타트업 자립' 도와야

등록 2021.04.27 05:00:00수정 2021.05.10 0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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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2. photo@newsis.com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불합리한 법·제도 손질에 한창이다. 적절한 규제 완화는 경제에 활력을 줘 긍정적이지만, 현행 제도는 스타트업(신생 기업)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대기업과의 경쟁에 내몰고 있다. 스타트업은 직접 창출한 새 시장을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셈이다. 뉴시스는 '규제 완화의 역설' 기획 기사를 통해 이런 상황에 처한 스타트업을 알리고,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규제 샌드박스는 문재인 정부가 신산업 규제 혁신 패러다임을 '선 허용, 후 규제'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지난 2년간 혁신의 실험장이자 갈등 과제 돌파구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의 끝에서 더 큰 혁신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제도를 내실화하고, 운용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전적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스타트업의 사업 중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법·제도 정비가 끝날 때까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과제 중 법·제도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관리해 적극적으로 개정하고, 모빌리티(Mobility·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나 수단)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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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규제 샌드박스 2주년 성과 보고회'에서 자율 주행 순찰 로봇 '캠피온'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2. photo@newsis.com


또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규제 샌드박스 우대 보증 대상을 현행 임시 허가 승인 기업에서 실증 특례 승인 기업으로까지 늘린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활성화를 위해 조성하고 있는 총 4000억원 규모의 산업 지능화 펀드 투자 대상에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 기업을 추가한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스타트업으로 돈이 더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하는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 투자 세액 공제율 3→5% 확대 ▲조달청 시범 구매 사업 응모 시 특정 평가 절차 면제 ▲총 3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 펀드 조성 ▲특허 출원 우선 심사·특허 분쟁 신속 심판 ▲실증 특례비·책임 보험료 지원 등 지원책을 운용하고 있다.

영세한 스타트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부닥치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촘촘하게 구성했지만, 각각이 파편화해 있어 이용하기가 까다롭다는 평가다. 우선 중소기업 투자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규제 자유 특구에서 사업용 자산에 투자해야만 한다. 해당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이라면 공제율은 3%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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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시범 구매 사업에서 혜택을 주는 경우 제품의 초기 수요를 견인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스타트업 전용 펀드의 경우 금융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주된 지원 대상으로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스타트업 A사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허 출원 우선 심사, 실증 특례비·책임 보험료 지원 이외에는 받을 만한 지원책이 마땅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B사는 "제조 기업으로서 공공 조달 혜택을 받고 있지만, 다른 혜택이 더 늘어난다면 사업체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C사는 "오랜 기간 불법이었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성과를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스타트업 홍보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 제작도 도와주고 있지만, 승인 기업의 상품·서비스를 알리는 일에 지금보다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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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해 8월14일 경기 성남 카카오 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카카오 T 블루' 택시에 탑승해 있다. 2020.08.14. photo@newsis.com


D사는 대기업-스타트업의 상생 분위기를 더 확산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장 등이 간담회를 열고, 그곳에서 대기업에 '스타트업이 창출한 새 시장을 빼앗지 말고, 함께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권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 역할은 재벌 정책을 지휘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맡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법 바꾼 공'을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합리한 법·제도를 없앨 아이디어를 내고, 실증 특례·임시 허가로 입증까지 해 국민의 편익을 높인 점을 고려해 대기업에 시장을 뺏기지 않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연구하는 한 학계 관계자는 "코나투스(택시 합승 호출 애플리케이션 '반반택시' 운영사)가 카카오 모빌리티에 시장을 뺏긴다면 앞으로 그 어떤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겠느냐"면서 "스타트업에 독점 사업권을 줄 수는 없지만, 재정 지원 등을 더 강화해 그들의 자립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