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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이퍼링이 온다③]전문가들 "경제 충격 제한적"

등록 2021.09.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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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은지 eunji3467@newsis.com )

(그래픽=김은지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류난영 이정필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돌입을 공식화 했다. 그러나 테이퍼링 시작이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탄'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나 금융, 증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만큼 테이퍼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나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과 같은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융위기 회복기였던 지난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갑작스런 테이퍼링을 선언하면서 미 달러화가치와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 주가는 떨어지는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연출됐었다. 반면 이번에는 테이퍼링이 이미 예상된 사안인 만큼 국내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자본시장 이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이 금리인상은 테이퍼링과 별개로 생각한다고 한만큼 미 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상 수출이나 성장률 등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테이퍼링을 한다고 해도 금리는 여전히 제로 수준이고, 통화정책 자체도 완화를 줄이는 것이지 타이트하게 가져 가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2022년이나 2023년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그때는 우리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성장률은 테이퍼링 보다는 코로나로 인한 주요국의 경기회복 속도, 백신접종 이런 것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데 미 연준도 주요국의 경기회복 속도 등을 보고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의장이 2012년 연준에 이사로 들어와 1년 만에 '긴축발작'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2013년 당시 버냉키 의장이 급작스럽게 테이퍼링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 '시장이 그렇게 반응할 줄 몰랐다'며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었는데 오히려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너무 조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는 미국이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다"며 "테이퍼링을 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금융시장이 안전하기 때문에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테이퍼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계속되고 있고 시장 컨센서스도 11월에 테이퍼링을 한다고 나오고 있어 상당 부분 희석된 재료라는 점에서 테이퍼링이 금리 급등세를 유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테이퍼링이 실제로 진행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금이 유출되거나 미 국채 급등 등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지만 채권 잔액은 55억7000만 달러 순유입 되면서 전체 증권투자자금은 플러스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금리가 다른 비슷한 수준의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 이탈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이 이미 예정된 사안인 만큼 금융시장에 주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주로 외채에 의존하고 있는 신흥국들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데 우리나라는 안전판을 마련한 국가라 같은 잣대로 평가할 필요도 없고, 그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의 경우 연준도 자신들의 실책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을 시행한다는 사실은 이미 투자자들이 받아들이는 거 같고 시장에서는 테이퍼링보다는 이후 금리인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테이퍼링을 하면서 금리인상 기준을 엄격하게 하겠다, 신증하게 하겠다고 한 만큼 테이퍼링에 대한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달러 부채를 많이 갖고 있는 신흥국가들의 경우 테이퍼링을 하게되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채 보유 비중이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은 등급인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채권 시장이 거의 선진국 급이고, 환에 대한 리스크나 금융시장 불안 등 문재거 없어 테이퍼링을 하더라도 달러강세와 무관하게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원·달러환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채권 시장에서 발을 빼는 등 자본유출 등 우리 경제에 일정 수준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팬터믹 직후인 지난해 4월 만큼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등 자본유출은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수 있어 아주 안전하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테이퍼링으로 인해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충분히 예고된 이슈이기 때문에 연내 테이퍼링 발표가 있더라도 코스피지수는 3000~3300포인트 수준의 박스권 범위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팀장은 "2013년에는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테이퍼링 발언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며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연준이 현재 수준의 유동성 공급을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테이퍼링 예고가 주식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2013년과 달리 금융시장이 '연준이 곧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2023년경에는 기준금리도 올릴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테이퍼링으로 인한 크고 강한 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 시기가 구체화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진 국내 증시도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 약화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수 반등을 위해선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하는데, 당장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9월 국내 증시는 코스피 밴드 전망치로 3000~3260선을 제시했다.

또 "테이퍼링 계획 불확실성 해소, 중국 정부의 규제로 둔화된 중국 경기의 정상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동남아발 공급 불안 해소 등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