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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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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⑨인도태평양은 어쩌다 美·中 싸움판이 됐나

등록 2021.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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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과 일본의 합동 군사훈련 모습. (사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2021.8.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국과 일본의 합동 군사훈련 모습. (사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2021.8.30.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뉴시스]이지예 특파원 =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미래에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지역"(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인도태평양은 미래의 국제 질서가 결정될 곳"(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지정학적 경제적 무게중심이 인도태평양을 향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영국 정부 글로벌 브리튼 전략 보고서)

전 세계 강대국들이 인도태평양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역시 역내 주도권 확보를 핵심 이익이자 국가 안보가 달린 문제로 천명했다. 인도태평양이 미중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셈인데 그 배경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확대한 인도태평양…미중 최대 격전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독일 지정학자 칼 하우스호퍼가 1920~1930년대 인도양과 태평양을 묶어 설명하면서 처음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외교안보 측면에서 주목받은 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의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다. 뒤이어 인도 정부도 미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넓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적극 도입했다.
[서울=뉴시스]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관할 지역을 표시한 지도. (사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관할 지역을 표시한 지도. (사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인도태평양을 대외 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에 통용된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이라는 개념을 인도양까지 확대해 미국의 역내 이해관계를 키운다는 의도인데 조 바이든 현 행정부도 이를 그대로 계승했다. 미 국무부는 인도태평양이 미국의 관여로 지난 수십년간 번영과 발전을 이뤘다며 미국이 역내 질서와 규칙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론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내 최대 군사·경제 강국인 중국이 이 지역의 핵심 세력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육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을 확대한 '아태의 꿈'이라는 개념을 주창해 역내 운명 공동체 발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중 모두 역내 주요국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일본 등 전통적 동맹들과 철통 같은 관계를 앞장세우는 동시에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등 역내 다자 안보 협력체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파트너이지만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및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을 견제하려 한다. 우방인 러시아와도 정치·경제를 망라한 밀월 관계를 키우며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충칭=AP/뉴시스]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6월 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화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6.08

[충칭=AP/뉴시스]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6월 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화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6.08

세계경제 무게중심 인도태평양…글로벌 GDP 60% 차지

강대국들이 너나할것 없이 인도태평양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의 막대한 경제적 잠재력 때문이다. 중국(15억 명), 인도(14억 명) 등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여기 위치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3위 경제 대국들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신흥국들도 여럿 자리하고 있다.

인도의 존재감도 커졌다. 미국과 일본은 인도가 무역과 해상 운송, 해양 안보 등을 놓고 같은 원칙을 공유한다고 보고 대중 견제 차원에서 인도의 역할 강화를 지지해 왔다. 인도 싱크탱크 ORF는 "인도양으로 2000km 돌출된 인도는 주요 해로들에 걸쳐 있으며 말라카 해협(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의 서쪽 끝을 장악하고 있다"며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계하려는 모든 전략의 핵심적인 닻"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AP/뉴시스]9월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2021.9.24.

[워싱턴=AP/뉴시스]9월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2021.9.24.

미국이 2019년 발간한 인도태평양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3분의 2를 기여하고 세계 GDP의 60%를 차지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 10개 중 9개가 역내 위치하며 전 세계 해상 교역의 60%가 아시아를 통과한다. 남중국해에서만 세계 해상 운송의 30%가 지나간다"고 설명한다.

인도태평양은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지대이기도 하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와 태평양의 11개국은 2018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출범했다. CPTPP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 13%, 무역 15%를 구성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CPTPP 합류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등 총 15개국이 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RCEP)도 발효를 앞뒀다.
[우한=신화/뉴시스] 중국과 유럽을 잇는 국제 화물 열차. 2020.03.28

[우한=신화/뉴시스] 중국과 유럽을 잇는 국제 화물 열차. 2020.03.28

남중국해·대만·한반도 등 화약고 천지…전략적 요충지

인도태평양은 국제사회의 최대 화약고로 미중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다투는 곳이다. 두 대국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남중국해와 대만, 한반도가 모두 이 지역에 속한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강대국 전쟁은 영향력 범위가 교차하는 완충국을 둘러싼 논쟁에서 종종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교역의 요충지인 동시에 한국, 일본, 중국 등 역내 주요국들이 수출과 원자재를 들여오는 데 사용하는 항로다. 바다 아래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대규모 매장돼 있고 풍부한 어장이 역내 인구의 식량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90% 주장을 굽히지 않고, 미국은 이 곳을 공해라고 주장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충돌하는 원인도 이 지역이 가진 전략적 중요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AP/뉴시스] 3월23일 위성사진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수역 안에 위치한 휫선암초 부근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다. 2021.4.11.

[AP/뉴시스] 3월23일 위성사진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수역 안에 위치한 휫선암초 부근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다. 2021.4.11.

대만은 크기가 남한의 30%도 되지 않는 섬이지만 군사적 긴장감이 뜨겁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일부로 보고 무력 통일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성공적인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발전한 대만을 통해 중국을 턱 밑에서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다. 중국과 대만은 1949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 국공 내전으로 분단됐다. 미국은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면서도 비공식적 관계를 꾸준히 강화하며 중국을 압박해 왔다.

한반도 역시 미중 신경전이 일상이 된 지역이다. 지리상 역내 강대국들이 세력 균형을 꾀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어서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대륙 세력에는 완충 지대로, 해양 세력에는 아시아 대륙으로 가는 교두보로 인식됐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지금까지도 북한·중국·러시아, 한국·미국·일본으로 갈리는 대립 구도가 여전하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개발은 한반도를 넘어 지역 전체에 불안정을 조성하며 역내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전시 중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 앞에서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2021.10.12.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전시 중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 앞에서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2021.10.12.

유럽 강대국들도 눈독…중국은 "100년 전 우리 아니다" 경고

인도태평양에 눈독들이는 세력은 미중만이 아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은 물론 유럽 27개국 협력체인 유럽연합(EU)까지 나서 인도태평양에서 자기 몫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21세기 이 지역이 전 세계에 미칠 정치경제적 영향을 주시한다. 특히 자유 진영의 경쟁 대상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영국은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단행한 뒤 인도태평양 관여 확대를 선포했다. 이후 이 지역을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핵심 시장으로 보고 CPTPP 가입을 추진 중이다. 아세안과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EU 등에 이어 11번째로 '대화상대국' 관계를 체결했다.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역내 파견해 40여 개국과 훈련을 진행한데 이어 같은 앵글로색슨 뿌리를 둔 미국, 호주와 오커스 3자 안보 협력체를 결성했다.
[서울=뉴시스]10월 중순 벵골만에서 실시된 미국, 일본, 영국, 호주의 합동 군사훈련. (사진: 일본 방위성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10월 중순 벵골만에서 실시된 미국, 일본, 영국, 호주의 합동 군사훈련. (사진: 일본 방위성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 외교부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역내 갈등은 지역 안보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일으켜 독일에도 여파를 미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에 뉴칼레도니아, 마요트 등 여러 프랑스령과 주요 협력 파트너들이 있다며 스스로를 '인도태평양 세력'이라고 칭한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올들어 인도태평양에 군함을 보내 역내 국가들과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서방국들이 '노스탤지어'(향수)에 사로잡혔다며 자국 앞바다를 얼쩡거린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국력이 100년 전 서구에 의해 강제로 문을 열어야 하던 때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인도태평양은 한 나라가 불안정을 조성하는 마찰 없이 지배하기엔 너무 넓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번성할 유일한 방법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칭다오=신화/뉴시스]2019년 4월 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부두에서 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해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19.04.23

[칭다오=신화/뉴시스]2019년 4월 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부두에서 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해군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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