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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20주년 특집]LG 구광모의 도전과 꿈…선택과 집중

등록 2021.10.05 15:30:00수정 2021.10.05 15: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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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가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차세대 OLED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공정 기술인 '솔루블 OLED' 개발 현황에 대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구광모 LG 대표가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차세대 OLED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공정 기술인 '솔루블 OLED' 개발 현황에 대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사업의 목적과 지향점부터 고객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의 외형적 성과들은 이러한 노력 뒤에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일 것이다."

LG그룹 구광모호(號)의 최근 3년은 '변화와 도전'의 시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대표는 2018년 5월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같은 해 6월29일 회장직에 오른 이후 사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만년 적자' 휴대폰 사업은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접었다. 또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OLED(2019년 4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2019년 12월), LG화학 편광판(2020년 6월) 사업 등 그룹의 미래에 중요하지 않아 정리된 사업만 모두 10개가 넘는다.

반면 보수와 안정을 추구하던 LG그룹의 전통적인 기업 가치관에서 벗어나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사업이나 분야에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창사 20주년 특집]LG 구광모의 도전과 꿈…선택과 집중

특히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 팬층을 두텁게 만들자"는 생각은 구 대표와 LG그룹의 새로운 경영 화두다. LG가 오랫동안 쌓아올린 '인화(人和·사람을 아끼고 화합한다)'의 정신에 구본무 회장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1등론'을 주입했다면, 구광모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맞아 '고객 가치 경영'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매출 목표가 사업 목적돼선 안 돼"…'고객 통점' 극복에 방점

구 대표가 강조하는 '고객 가치 경영'은 2019년 LG그룹 신년사에 잘 드러난다.

구 대표는 당시 "최신 기술을 과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서 기업이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가치를 '고객'에 뒀다. 그는 최근에도 임직원들에게 '고객 가치가 재무적 지표에 우선한다'며 제품 '시장 점유율'에 앞서 고객 '마음 점유율'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의 외형적 성과들은 이러한 노력 뒤에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라는 게 그가 추구하는 경영관이다.

LG 측에 따르면 구 대표는 고객가치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보완점을 논의하는 ‘고객의 소리’ 회의에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지난 3년간 30여 차례에 걸쳐 매장, 고객센터 등 고객접점 현장과 미래 준비 현장 등을 살피고 격려했다. LG그룹 계열사들도 고객가치 혁신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하며 새로운 경영 화두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세심하게 듣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빠르게 개선하겠다"며 고객 페인 포인트(통점·Pain Point) 개선 활동에 진력하고 있다.

고객 페인 포인트 극복을 위한 LG의 노력은 미래 먹거리 발굴로도 이어지고 있다.

구 대표는 고객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기업가치를 빠르게 제고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화 역량을 강화해 미래 기반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다

LG가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설립한 그룹 차원의 AI 연구 전담 조직 ‘AI연구원’은 이 같은 노력의 정점에 있다. LG는 AI 기술을 적용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 시 필요한 배터리 수명 평가 과정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켰고, 신약을 개발할 때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평가하는데 3~4년이 걸렸던 것을 8개월로 줄이는 등 실질적 성과들을 내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글로벌 인재 확보와 ‘상위 1%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등 투자에 나섰다. 앞으로 AI가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고객가치를 높여 나갈 전망이다.

"고객 감동을 향한 집요한 마음을 갖자"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구 대표의 리더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은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도 언급됐다.

구 대표는 최근 "앞서 코로나 이후 기업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그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고객 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레벨업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무거운 짐 내려 놓자 미래 사업 열려

매출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라고 설파하는 구 대표의 경영 가치 속에서 LG그룹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LG전자 매출은 구 대표 취임 직전인 2017년 61조3963억원에서 지난해 63조262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LG화학 매출은 5조원 가까이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30조원 고지를 밟았다.

LG의 성장세가 재계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구 대표의 과단성에 있다.

특히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프리미엄폰 시장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영 적응하지 못해 만년 적자를 기록해온 휴대폰 사업을 접겠다고 결정한 구 대표의 과감한 결단에 재계에서는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

만년 적자 사업을 정리하면서 얻은 여력은 그룹의 새로운 추진력이 되고 있다.

LG그룹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에는 통 큰 투자에 나서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LG는 M&A, 합작법인(JV) 설립, 신규 공장 설립 다양한 방법으로, 특히 OLED, 전장 등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LG는 OLED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오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세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과 파주 공장 투트랙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생산 수율을 높여 지난해 450만대 수준이었던 OLED TV 패널 생산량을 올해 8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존 5개 OLED 라인업(48, 55, 65, 77, 88 인치)에 83 인치를 추가해 40 인치대부터 80인치대까지 풀라인업을 갖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질적 성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OLED TV 판매를 지난해 205만대에서 올해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OLED TV 대중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치) 분야는 M&A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VC)사업본부를 신설했고, 2018년 8월 차량용 조명 시장의 선두기업인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회사 ZKW를 인수했다. 또 2019년 말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VS사업본부 산하 헤드램프 사업을 ZKW에 통합했다. 이어 LG전자는 올해 7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으며, 최근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선도기업인 사이벨럼(Cybellum)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육성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특히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등 조직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스스로를 ‘대표’라 불러달라 당부하며,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화, 온라인화하고 보고나 회의 문화를 개선했다. 형식보다 가치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자'로서, 빠르고 역동적인 LG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달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달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