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산업

17

[창사 20주년 특집]롯데 신동빈의 도전과 꿈…뉴롯데 재시동

등록 2021.10.06 08:00: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롯데는 2017년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지난 50년의 역사를 발판삼아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롯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는 2017년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지난 50년의 역사를 발판삼아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롯데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최근 10년 사이 경영권 분쟁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코로나19 풍파를 겪은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올해는 '뉴(NEW) 롯데' 실현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각오다. 화학분야에서 수소사업 역량을 키우고, 유통 강자로서 공간 혁신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목표다. 

신 회장은 2011년 2월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회장으로 올랐다. 1997년 부회장 승진 이후 14년 만이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롯데그룹에 참여한 지 21년 만이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에 이어 롯데를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인 신 회장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나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1981년부터 1988년 2월까지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일하며 국제 금융 감각을 키웠다.

롯데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평사원으로 먼저 근무하게 한 것은 경험과 겸손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고(故) 신격호 창업주의 배려인 동시에 일종의 경영 수업이었다. 신 회장은 선진 기업들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체득했다. 1988년에는 일본롯데 상사에 입사했으며, 1990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체계적으로 경영능력을 쌓아온 신 회장은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2006년에는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특히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을 주요 성장 축으로 삼아 내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2004년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 롯데는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비롯해 하이마트, KT렌탈, 삼성의 화학 계열사까지 국내외에서 3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는 세계 30여개 국가에 다양한 사업부문이 진출해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2017년에는 롯데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1980년 관광보국의 꿈을 갖고 롯데타워를 계획한 지 30년 만에 2대에 걸쳐 숙원 사업을 이룬 것이다. 같은 해 10월에는 롯데지주를 설립해 그룹 전반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은 3일 국내 최고 높이 건물(123층·555m)인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식이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개장을 축하하는 풍선이 하늘로 날려지고 있다. 2017.04.0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은 3일 국내 최고 높이 건물(123층·555m)인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식이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개장을 축하하는 풍선이 하늘로 날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화학 부문에서는 롯데케미칼이 2019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인 ECC(Ethan Cracking Center) 공장을 준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 회장 주도로 31억 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한국 석유화학사 중 셰일가스를 활용한 프로젝트에 투자한 첫 사례였다. 이로써 기존 원료인 납사(원유의 부산물)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가스원료(에탄) 사용 비중을 높여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축했다.

위기도 있었다. 신 회장은 2015년 7월 경영권을 놓고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끝에 한·일 양국의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거미줄과 같은 롯데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드러난 데다 국적 논란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신 회장은 2015년 8월 대국민 사과를 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 전환 약속은 지켰지만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은 2016년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 비리 수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뤄지고 있다. 

2017년에는 중국이 사드 배치 보복에 나서면서 제과, 마트, 백화점, 관광, 화학 사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롯데는 1994년 중국에 진출한 후 20년 넘게 공을 들였지만 결국 사업을 정리하는 쓴 맛을 봤다.

신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할 때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파해 왔다. 실제 신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2011년 87조원에 불과했던 롯데그룹 총 자산은 지난해 125조 7000억으로 10년 사이 44%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신 회장은 또 다시 위기를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2017년 '뉴롯데' 어젠다를 내걸고 신사업을 모색하던 중 사드 보복과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시동을 걸지 못했다"며 "올해는 신사업팀을 만들고 외부 인사 영입, 인수합병 모색 등을 통해 뉴롯데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롯데케미칼 미국공장 준공식. (사진/롯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5월 롯데케미칼 미국공장 준공식. (사진/롯데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헬스케어·바이오 신사업 추진 속도…인재 영입

신 회장은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빨리 하반기 VCM을 열고, 계열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에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거듭 강조했다.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당부한 것은 물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미래 관점의 비전 수립과 달성을 위한 투자와 실행력 제고도 주문했다.

"각자의 업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 달라. 특히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및 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신 회장의 주문에 따라 롯데는 최근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 내에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을 신설하고 40대 상무급 임원을 영입했다.

헬스케어팀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룹 내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헬스케어 역량을 결집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식품, 유통 및 호텔·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 접점을 보유하고 있어 헬스케어 시장 진출 시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헬스케어팀은 디지털 헬스케어 및 시니어 시장에 집중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예정이다. 관련 파트너사 및 스타트업과 협업을 이어가며 투자 기회도 타진하고 있다. 헬스케어팀을 이끄는 우웅조 상무는 LG전자, SK텔레콤 등에서 웨어러블 기기 제작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데 이어 2014년 11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헬스 서비스 및 플랫폼 업무를 수행했다.

바이오산업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외부 협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기존 바이어 업체 인수, 제약사와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팀장인 이원직 상무는 2010년 삼성전자 사업추진단에 합류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팀장을 거쳐 DP 사업부장을 역임고, 셀트리온 CMO 시스템의 성공적인 정착과 육성에도 기여했다.

[창사 20주년 특집]롯데 신동빈의 도전과 꿈…뉴롯데 재시동

디자인, 브랜드 등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속도

신 회장은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 내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설립하고, 초대 센터장으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출신의 배상민 사장을 선임했다. 배 사장은 1971년생으로 레드닷(독일), iF(독일), IDEA(미국), 굿 디자인(일본) 등 세계 4대 디자인어워드에서 40회 이상 수상한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디자인 혁신과 창의적인 조직문화 강화 및 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 산하에 브랜드경영 태스크포스팀(TF)도 신설했다. 통합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 및 관리를 위해 조직을 일원화한 것으로 기존 롯데지주 부(BU, Business Unit) 등 3개 조직에서 담당하던 브랜드 관련 업무를 브랜드경영TF에서 통합 운영한다. BU 및 계열사의 브랜드 관련 업무 책임자 등으로 구성된 '브랜드 협의체'를 조직해 주요 브랜드 정책을 공유하고, 통합 브랜드 지표를 개발하는 등 브랜드 전략 및 정책 관리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7월 발표한 신규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morrow)를 중심으로 브랜드 빌드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에는 차세대 미래먹거리·식료품 연구, 스마트 쇼핑 플랫폼 개발,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 정보기술(IT) 기반의 호텔 솔루션 제공 등 롯데의 미래 주요 사업 영역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광고 캠페인도 공개했다.

중심축인 화학에서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소 사업을 위한 역량을 모으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에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친환경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달성해 국내 수소 수요 중 30%를 공급한다는 목표로 3조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율을 실현할 계획이다.

유통 부문도 최근 색다른 콘셉트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며 변화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동탄점과 타임빌라스를 오픈하며, 체험형 공간을 조성해 쇼핑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아울러 최근 홈 인테리어 업계 1위인 한샘 지분 인수에 투자하며 신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 하반기 모바일 TV와 연계해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을 선보였다. 아바타를 통해 쇼호스트와 실시간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스튜디오나 분장실 등을 체험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상현실(VR)장비를 통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가상 스토어'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1 하반기 롯데 VCM-ESG 경영 선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2021.07.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1 하반기 롯데 VCM-ESG 경영 선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2021.07.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SG 경영 박차…"재무적 건전성 기초 위에 구축해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재무적 건전성의 기초 위에 구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적에 소홀히 하는 등 ESG 경영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하는 식의 활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신 회장은 ESG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12월 3대 비재무적 성과(ESG)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하고, 2016년부터 롯데는 환경, 공정거래, 사회공헌, 동반성장, 인재고용과 기업문화, 컴플라이언스, 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임원 평가에 반영했다.

하반기 VCM에서는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전사적 ESG 경영 강화 의지도 천명했다. 2040년 탄소중립 달성, 상장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구성 추진, 최고경영자(CEO)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 등이 골자다. 특히 보여주기식 ESG 경영을 지양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CEO부터 모든 임직원까지 인식을 바꿀 것, 각 사별로 방향성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 등을 강하게 주문했다. 

ESG경영 전담 조직도 구성해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지난 6월에는 그룹 차원의 ESG 전략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경영혁신실 산하에 ESG팀을 신설했다. 경영혁신실은 ESG팀을 중심으로 ESG 경영전략 수립, 성과관리 프로세스 수립 및 모니터링, ESG 정보 공시 및 외부 평가 대응 등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 9월에는 이사회를 열고, ESG위원회 신설을 결의했다. 롯데는 10월까지, 상장사 10곳에 위원회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동시에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향후 롯데는 204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 및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해나갈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공정 효율화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기술 적용 및 친환경 사업을 통해 완전한 탄소 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