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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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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일상회복]⑧속도내는 치료제 개발…'게임 체인저' 될까

등록 2021.10.29 0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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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미 제약사 머크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뉴시스 DB) 2021.10.2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미 제약사 머크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뉴시스 DB) 2021.10.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미국 제약사 머크(MSD)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출시가 임박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도 치료제 개발 및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년9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종결시킬 '게임 체인저'(흐름을 뒤바꿀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사건·제품)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9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행계획을 확정해 발표한다. 경증·무증상 환자의 재택치료 전환계획과 더불어 경구용 치료제 40만명분 확보 계획도 공개될 전망이다.

1호 경구치료제 몰누피라비르 확보전…국내외 임상 활발

현재는 렘데시비르나 렉키로나 등 항체 치료제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승인한 코로나 항체 치료제는 중환자의 사망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보여왔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정맥주사 방식이라 의료진과 특별 장비가 있어야 투약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환자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약을 집에서 쉽게 복용할 수 있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저소득 국가에서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스위스 로슈사가 개발한 인플루엔자(독감) 경구용 치료제 '타미플루'는 대표적인 감염병 게임체인저로 거론된다. 독감 환자는 대부분 5일간 약을 먹으며 재택 격리 치료를 하게 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 25일 공개한 단계적 일상회복 초안에 담긴 코로나19 재택치료 방안과 슷한 모양새다.

임상 3상을 마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몰누피라비르'는 올해 안에 '세계 최초 경구 치료제'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여러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선구매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 서열 오류를 통해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입원·사망률을 50%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사는 지난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을 승인을 신청했으며, 유럽의약품청도 이 치료제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다.

화이자사, 로슈사 등도 뒤이어 경구용 치료제 개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의료대응 판도를 바꿔줄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제 출시가 가시화됨에 따라 각국은 치료제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우리 정부도 머크사 등의 경구용 치료제 2만명분 선구매했으며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정부는 고령층·기저질환자가 복용할 용도로 40만명분 계약을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종근당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과 신풍제약 피라맥스(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 대웅제약 코비블록(카모스타트)이 가장 빠르게 경구용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3개 제약사 모두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해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성공한다고 해도 연내 출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밖에 동화약품, 진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강스템바이오텍, 제넨셀, 압타바이오도 국내외에서 경구용 치료제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 경구용 치료제 개발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지원금은 2020년 450억원, 2021년 627억원이며, 2022년 475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세종=뉴시스]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DB) 2021.10.2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DB) 2021.10.29. [email protected]

고가에 중환자 위주 투약…전문가들 "게임체인저 될 수 없어"

우선 해외의 경구용 치료제를 도입해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한다고 해도 실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긴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치료제 활용이 늘었지만, 현재 상황과 예측 모델 분석 결과 대유행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며 "장기적 통제를 위해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 인공호흡기, 차세대 백신, 진단법, 치료제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학보좌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지난 3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몰누피라비르 개발에 대해 "인상적"이고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백신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치료제 확보는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인지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22일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2차 공개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피해를 경감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구 치료제는 경증 또는 감염 초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증이 이미 진행된 뒤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투약하면 효과 기대할 수 없다"면서 "감염 초기에 투약하면 준비한 것보다 투약량이 늘어날 수 있고, 비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 역시 "(몰누피라비르 임상 결과) 50%의 입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50%는 입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만큼 '게임체인저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경구용 치료제는 60세 이상 고령자 대상으로 투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과 함께 치료제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중환자 확률을 줄이지 못하면 의료체계 수용성 내에서 통제하지 못하고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타미플루와 달리 1인당 약 비용이 90만원으로 높게 책정된 것도 문제다. 다만 머크사는 저소득국가를 위해 다른 제약사도 경구용 치료제를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해 추후 가격대가 낮게 형성될 여지를 남겼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경구용 치료제가) 정말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8개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어 정부가 도와 치료제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