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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벼랑에 서다①]극단 대결 구도 벗어나 '통큰 정치' 해야

등록 2016.01.04 05:00:00수정 2016.12.28 16: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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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당대표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고있다. 2015.02.09.  amin2@newsis.com

자신들 입장만 내세운채 몰아부치는 '벼랑끝'전술…후진성 드러내  정치는 어느 일방의 독식 아닌 양보하고 이해, 조정하는 타협의 산물  대통령, 여야  모두 열린 자세로 대화 설득하는 '통큰 정치' 필요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세밑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며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쟁점법안은 고사하고 총선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할 선거구획정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등 여야의 극한 대결 정치가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힘겨워하고 있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국회선진화법 도입이후 물리적 대결과 충돌은 사라졌지만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운채 상대방을 몰아부치는 이른바 '벼랑끝'전술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승자독식의 기조가 만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정치력과 협상력은 개선된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는 여야 모두 당리당략적 행태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당내 비민주주의와 계파간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이 진정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로 주요 현안이나 법안 처리 등의 과정에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 타협하는 문화가 속히 자리잡아야 한다. 

 정치는 어느 일방의 독식이 아닌 서로 양보하고 이해, 조정하는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이뤄낸 성과는 우리 정치사의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여당은 다수당의 위치인만큼 법안처리 과정에서 야당을 상대로 충분한 설득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이나 법안 마련단계에서부터 야당의 합리적 목소리는 반영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이미지를 벗기위해서 여당의 합리적 제안이나 법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여야가 주요 현안이나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것이 타협점이 없는 대결구도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역시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열린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울=뉴시스】권주훈 기자 =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지난 11월22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최루탄을 떠트리자 경위들이 정 부의장을 보호하고 있다.  joo2821@newsis.com

 우리의 정치구조상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의 최고 결정권자인 만큼 야당을 배려하고 설득하는 '통큰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 것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래야만 정치가 보다 원할하게 작동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여야가 확보한 의석수, 즉 '표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자세 위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는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법안처리율 최악, "협상 할수록 '혹'만 늘어나는 혹부리 협상"

 19대 국회의 극한 대결 정치는 낮은 법안처리율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9대 국회는 2012년 7월 2일 개원 후 총1만7309건(의원입법·정부제출 포함) 중 5700여건만 처리, 법안처리을이 32%선에 그쳤다. 직전 국회인 18대 국회의 법안처리율 44.8%, 17대 국회 50.3%와 비교해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다.

 저조한 법안처리율의 이면에는 여야의 지나친 당리당략과 정치적 협상력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여야 모두 국민보다는 당의 논리나 이해를 우선으로 하는데다 협상의 원칙을 무시하고 툭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과 정책을 끼워넣다보니 협상을 하면 할수록 혹만 늘어난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여야의 묻지마 협상을 '혹부리 협상'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여야 협상에 참여했던 새누리당의 핵심당직자는 "여야 모두 자신들의 법안을 밀어넣다보니 이건 마치 지역구 예산 챙기는 연말 예산 협상과 마찬가지 결과가 1년 내도록 반복되는 것"이라며 "이런식의 협상을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기형적인 법안이 탄생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극단적 대결정치 부르는 진영논리, 같은 당 안에서도 계파 진영주의로 분화

 여야 정치력 부재는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낳고, 이는 다시 국회 공전 사태와 국정 공백 사태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대결정치를 낳고있는 여야 협상력 부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진영 논리'를 꼽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진영논리는 과거 군사정권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파생된 지역주의에서 시작한 뒤, 3김 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대결 정치 구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본회의장을 점거중인 민주당이 지난 29일 본회의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연내 강행처리 방침에 반대, 5일째 본회의장을 점거중이며 의장석에서 쟁점법안 강행처리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민주당 제공) /이광호기자 skitsch@newsis.com

 진영논리는 합리적인 토론을 막고 오로지 자기 진영의 이익만을 대변하다 보니 국민 보다는 진영논리의 도그마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과거 3김 시대에는 하나의 진영을 수직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보스'가 갈등을 한 방에 봉합하는 결단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확실한 통제력을 갖춘 보스 조차 없는 애매모호한 계파정치가 난립하고 있어 3김 시대 보다 정치가 더 혼란스럽다는 분석까지 낳고 있다.

 더욱이 진영 논리는 여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각 진영 내부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소(小) 진영주의로 분화하고 있다. 그것이 소위 말해 계파정치의 폐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는 새정치와 혁신을 내세우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속한 계파가 상대 계파를 누르고 공천권을 틀어쥐어야 한다는 내부 투쟁에 다름아니다.

 ◇승자독식, 결과 불복... 한국정치의 고질병

 대결 정치의 또다른 원인으로는 '승자독식주의'와 '결과 불복'이라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자리하고 있다.

 정권을 차지한 쪽은 내각은 물론 수천개에 달하는 공기업 인사까지 독식, 대선 결과는 그야말로 전리품 나눠먹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승자독식 구도는 자연스럽게 국회로 연결되면서 여야 대결정치를 부추기는 한 단면이 되고 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은 절망으로 빠져들어가고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아우성인데, 정치는 해법은커녕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나 권력다툼만 하고 있다"면서 "이런 극한 싸움의 근본 원인은 승자독식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히 양대 정당 시스템은 이러한 승자독식구도, 대결정치의 최대 수혜자들"이라며 "그들 입장에서는 어쩌면 이 시스템을 절대로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정반대 급부인 '결과 불복' 행태도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권이 바뀔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대선 불복 논란'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그치지 않고 여야를 지지한 국민들까지 편을 갈라 싸우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당민주주의 부재도 큰 문제

 이밖에도 정당민주주의 부재 역시 극단적 정치 대결을 불러오는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실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한미FTA 비준 동의안 상임위 상정을 강행하려고있는 가운데 민주당원들이 회의실 문을 해머로 문을 치고 있다. /권주훈기자 joo2821@newsis.com  

 어렵사리 여야 지도부간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당내 강경파나 실질적인 당내 '오너'의 뜻에 따라 합의 자체가 뒤집어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을 뒤흔든 '유승민 찍어내기' 파동은 단순히 청와대의 정치개입 문제를 떠나 본질은 정당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한 우리 정치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야권 역시 당내 강경파들의 입맛에 따라 여야 합의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면서 여야 신뢰를 깨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행태는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등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정치문화 개선 위한 노력 계속해야

 문제는 이같은 우리정치의 대결 정치 풍토를 하루 아침에 바꿀 만한 묘수가 없다는 데 있다.

 단기간내에는 어렵더라도 우리 정치문화를 보다 선진화된 형태로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인 모두가 기존의 구태를 벗어나 새롭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야가 당내 민주주주의의 개선과 공천제도 개혁, 계파가 아닌 국민 중심의 정치의식 확립 등 정치전반의 문화를 조속히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우리 정치문화를 개선시키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한 만큼 여야가 논의를 거쳐 보완할 것은 하더라도 그 취지를 충분히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선진화법 없이 이전 국회법으로 계속 왔다면 지금 국회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선진화법이 없었다면 18대 폭력 국회를 반복하고 있지 않았겠나"라며 "대결 정치의 고질병은 제도만 바꾼다고 실질적 변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거기에 우리 정치 풍토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싸움을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선진화법을 만들었고, 어떡하든 물리적 충돌은 없어졌으니까 제도가 문화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선진화법을 평가할 수 있다"며 "정치문화가 이를 못 따라가는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정당의 지도자, 혹은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우리 정치권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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