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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벼랑에 서다③]정치문화 선진화 이끌 '상향식 공천' 필요

등록 2016.01.04 05:00:00수정 2016.12.28 16: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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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 마무리 기자회견에 김상곤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5.10.1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 마무리 기자회견에 김상곤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5.10.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20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권에서도, 야권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사생결단'이 한창이다.

 지난 추석을 즈음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간의 안심번호 합의를 기점으로 촉발되기 시작한 공천권 갈등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박근혜대통령)계와 비박계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주류와 비주류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계파간 갈등은 4년에 한 번씩 반복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담보하는 현재의 지역구도 하에서는 여야 모두 '차기'를 보장받기 위해 국민이 아닌 계파보스에게 충성해야 한다.

 이 것은 우리의 정치가 진정 국민이 아닌 계파 수장, 즉 공천권을 지닌 당 대표 등을 위한 매우 후진적 구조를 만들어 왔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인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 우리 정치의 선진화는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공천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천권과 당내민주주의…피튀기는 '역사'

 '3김 시대'가 끝나기 전에는 총재가 '당수'로서의 지위를 갖고, 공천권을 휘둘렀다.

 'YS키즈', 'DJ키즈'들은 대부분 김영삼 전 대통령(YS)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발굴해 공천을 줬던 정치인들이다. 당시 YS나 DJ의 눈 밖에 난 후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3김시대가 사실상 종식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총재의 권한이 크게 줄었고, 여당도, 야당도 여러명의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공동지도체제'를 채택했다. 이후 당수에게 집중됐던 공천권은 여러 명의 계파보스가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각 계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공천심사위원회 등의 공천기구에 들어가 지분다툼을 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3김시대보다 더 거세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내 라이벌이던 박근혜 대통령 편에 섰던 김무성 대표 등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던 것은 대표적인 '공천파동'으로 기록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이계가 실권을 쥔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계는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등으로 출마, 대거 국회로 귀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치러졌던 19대 총선 당시에는 여론조사 등으로 현역 의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25%를 공천에서 강제로 잘라내는 '컷오프제'가 적용됐고, 안상수 진수희 전여옥 의원 등 친이계가 무수히 공천에서 탈락했다.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16일 오후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합동연설회가 강원 강릉시 안현동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최흥집·이광준·정창수 예비후보가 손을 맞잡고 정정당당한 선거에 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2014.04.16.  photo31@newsis.com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16일 오후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합동연설회가 강원 강릉시 안현동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최흥집·이광준·정창수 예비후보가 손을 맞잡고 정정당당한 선거에 임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2014.04.16.  [email protected]

 야당 역시 DJ의 맥을 잇는 호남권 비주류와 노무현 대통령의 맥을 잇는 주류가 4년마다 사생결단식의 공천 전쟁을 해왔다. 계파보스의 숫자가 많은 야당에서는 공천다툼 양상이 훨씬 복잡하게 전개된다.

 18대 총선 당시 친노의 복심 안희정 현 충남지사 등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박지원 의원, 차남 김홍업 전 의원도 낙천됐다.

 한명숙 전 총리가 당권을 잡았던 19대 때는 공천 과정에서는 '친노패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의 한 비주류 측 관계자는 19대 공천에 대해 "패권주의라는 말이 부족하다"며 "친노계는 대부분 단수공천을 하고, 비주류에 대해서는 복수공천을 하는 것도 모자라, 어떤 지역의 경우에는 복수공천 후 경선에서 이겼는데도 다시 여론조사를 요구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공천권 국민에게 돌려주고, 지도체제 바꾸는 노력해야"

 20대 총선 공천을 앞둔 현재 여야는 모두, '시스템공천', '투명한 공천'을 강조하지만,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야당도 모두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비박과 더불어민주당의 주류는 경선 과정에서 일반 국민 참여를 늘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 공약을 내걸고 "전략공천과 컷오프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야권에 맞서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친박계에 밀려 조금씩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를 가동해 공천혁신안과 '시스템공천'을 내걸었지만, 지난 총선 당시 "친노패권주의에 학살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비주류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비주류들은 모바일 경선 등 일반국민의 참여를 늘리는 것도 친노의 공천을 유리하게 하는 장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향식공천,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오픈프라이머리가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을 쥔 사람들은 항상 시스템공천, 투명한 공천,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지만, 총선 때마다 늘 제도가 바뀌어왔고, 그 제도는 당권을 쥔 계파에 유리했다"며 "당내의 경쟁자들이 시험문제를 직접 출제하는데, 시험이 공정할 리 있겠느냐"며 4년마다 늘 바뀌는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상향식 공천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진일보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당 대표 등 특정 인사가 아니라 국민들을 대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계파보스가 아닌 국민이 공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과정이 불투명하고, 정치에 대한 자원이 특정한 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계파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당권, 공천권 등을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가 독식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어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계파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 환경을 바꾸지 않는한 계파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당의 지도체제를 바꾸는 등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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