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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벼랑에 서다]①노사문화 변해야 산다

등록 2016.01.02 06:00:00수정 2016.12.28 16: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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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3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뒤 행진해 전경련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은 서울·경기 외에도 대전, 충북, 세종충남, 전남북, 경남북 등 전국 12개 광역시도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2015.12.16.  myjs@newsis.com

대립구도 틀 벗어던지자…"잘나갈 때 고용안정 대비해야" "실적에 따라 단기적으로 임금인상하는 기업은 노사관계 '모래성' 노사도 미래 대비해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서울=뉴시스】최성욱 기자 = 우리나라의 사회는 '대립의 프레임'에 갖힌지 오래다. 특히 산업 경제를 지탱하는 노동시장에서는 이같은 프레임이 일반화 돼있다. '노조는 파업을 해야 제밥그릇을 챙긴다'는 대립주의에 매몰돼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두고도 정부와 노동계는 극한 대립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 법안을 연말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고, 노조는 사활을 걸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여야가 노동개혁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책이라는 시각이고, 정부는 채용확대부터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요건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노사가 협력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임금인상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불경기에 대비해 고용불안 해소방안과 같은 중장기적인 전망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전반에 구조적인 개혁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노사가 협력하는 상생구조

 선진국에서는 노사가 대립보다는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에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파트너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일본 완성차업체 토요타가 손꼽힌다. 토요타는 지난 2008년 미국 GM이 경영난을 겪는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부상했다. 그 배경에는 64년 무파업이라는 노사 간의 협력관계가 뒷받침 됐다는 평가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최대의 자동차회사 GM은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했다. 당시 파산에 대한 책임은 노사 갈등에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렵게 기사회생한 GM은 일부 공장에서 올해까지 6년간 무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노사협력으로 어렵게 재기에는 성공했지만 시장을 일본 토요타와 유럽 자동차회사에 빼앗긴 뒤였다.

 국내에서도 장기간 무파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1962년 설립된 이후 53년간 한 번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노사상생 문화는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헌신해 외환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7위 업체로 성장했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상생 문화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와 회사가 대립이 아닌 상생하는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요타의 경우 노조가 경영에 상당부분 개입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노사 협력이 싹 텄다. 국내에 토요타 같은 기업이 탄생하려면 단기적으로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것보다는 경기가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어떤 식으로 고용을 보장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간의 협력과 신뢰를 쌓아가는 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시사철 투쟁, 기업·근로자 모두가 파국으로…

 매년 노사협상 시기만 되면 파업으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는다. 노동계에는 춘투(春鬪) 하투(夏鬪), 추투(秋鬪), 동투(冬鬪)라는 말까지 있다. 사시사철 투쟁으로 회사와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기업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악화시킨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4월 벌인 대규모 총파업에 이어 6월에도 크고 작은 파업을 계속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 저지를 위한 대규모 민중총궐기를 세 차례 벌인데 이어 총파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와 같은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지난 2007년 11위에 오른 뒤 하향세를 걷고 있다. 특히, 노사간 협력이 132위를 기록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만큼 노동시장이 낙후됐다는 얘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로는 지속적인 구조개혁이 꼽혔다.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보다도 노사관계의 불안정 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단기간 실적에 따라 임금을 인상하는 노사관계는 '모래성'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일본 토요타는 2000년대 기업이익을 많이 냈지만 임금 인상을 거의 하지 않았다. 토요타가 올리면 다른 곳도 올려야하는 사회적인 조율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금인상을 외부와 연계하거나 조율하는 것을 꺼려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노사가 단기적인 실리에만 집착하다 보면 경기가 어려울 때 고용불안 등으로 노사 갈등을 부추기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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