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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벼랑에 서다]②노동시장 구조개편, 왜 추진하나

등록 2016.01.02 06:00:00수정 2016.12.28 16: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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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성탄절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15.12.25.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치며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축소, 노동시장 이중화와 양극화 개선 등을 이룰 수 있다며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 지는 경기침체와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직되고 왜곡된 노동시장의 개선은 시급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 5대 법안 내용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에서 규정하던 통상임금 개념을 법률에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키로 한 임금'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다만 개인적 사정, 업적, 성과 등에 따라 지급여부, 금액이 달라지는 금품은 시행령으로 위임해 규정하도록 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최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상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주 68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정상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한 주 52시간이 최대 근로시간이 된다.

 정부 법안에 따르면 이를 기업 규모별로 4단계로 단계적 시행한다.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안은 '쪼개기 계약'을 막기 위해 계약 반복 갱신 횟수를 제한해 2년 내 3회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의 경우 일률적으로 2년으로 제한됐으나 개정안은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신청하는 경우 최대 2년을 더 연장, 총 4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은 근로자 파견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55세 이상) 파견을 허용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자에 대해 관련 업무의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금형, 주조, 용접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도 허용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지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적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다.

 ◇"기간제·파견 근로자 늘어나고 양극화 심해질 것"

 정부가 내놓은 5대 법안이 되려 기간제, 파견 근로자를 늘려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간제법 개정안에 35세 이상 근로자가 요청 기간을 최대 2년 연장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예외'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기간제 노동자 286만명 가운데 35세 이상이 200만명이다"며 "70% 이상에 이를 적용한다면 예외 사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의 변경이다"고 전해다.

 김 위원은 "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4년이 지나 이직 수당만 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두 명을 가지고 8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다.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기간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견법 개정의 경우 자칫 파견 근로를 전면화 시킬 수 있다고 말한 김 위원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자나 고령 근로자가 대체로 400~500만명이다. 이를 새로이 파견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파함하면 사실상 전면화 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현재 근로시간법에는 주 52시간이 한도다. 하지만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정부는 현행법을 주 68시간이 최대근로시간인 것처럼 제멋대로 해석해 법제상으로 후퇴한 법안을 내놨다"며 "현행법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일자리 52만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비정규직 규모 축소,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오히려 역행하는 법안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간제 근로자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4년 뒤 이직 수당만 주면 고용해지가 가능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하면서 쓰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파견법 개정은 위장 파견이 합법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편이 속히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 본부장은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그로 인한 고용 불안 탓에 내수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보완 필요하지만 변화 동기 마련…해법 찾아나가야"

 법안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노동시장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변화를 시도한 뒤 앞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한국 경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공론화의 계기가 된 것이라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이 법안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일종의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에는 의의를 두고 싶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와 권 교수는 모두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기간제법 개정안에 35세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본인 희망 하에 근로자 대표와 사측이 서면 합의해 기간제 노동자와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해야한다"며 "노조에 옵션을 주는 것이다. 노조가 반대하면 기간제 사용을 2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파견법 개정에 대해서도 '상용형 파견'을 전제로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해야한다고 말한 조 교수는 "일본의 최대 노동단체 렌고를 만났을 때 물었더니 20~30%가 상용형 파견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형태의 일자리가 없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상용형 파견을 할 수 있도록 키워주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나 이직 수당을 보장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면서도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보조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 35세로 제한한 것도 의문이 든다. 정규직 전환을 늘릴만한 법안이라고 보기에도 획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파견법 개정에 대해서는 파견업체의 격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권 교수는 "고령자, 전문직 파견을 완화하는 부분은 필요하다. 다만 파견업체의 적격성을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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