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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④GE

등록 2016.01.07 06:00:00수정 2016.12.28 16: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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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황금알 낳는 거위’를 잡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러나 이런 이솝우화의 교훈은 20세기까지만 통하던 낡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황금알을 쑥쑥 낳는 통통한 거위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 최우량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그 주인공이다.

 2015년은 GE가 성역 없는 사업재편을 단행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숨 가쁠 정도로 굵직굵직한 주력 사업들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착실하게 캐시 카우 역할을 해온 금융업과 가전사업 마저 정리했다. 당장 수익을 내고 있다 하더라도 21세기 미래형 성장사업이 아니라면 과감히 팔아치웠다.

 지난해 4월 30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5월엔 GE캐피털과 일본 상업금융 부문을 매각했고, 6월엔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 대출사업을 캐나다 연기금에 팔아치웠다. 8월엔 미국 헬스케어 대출사업부를 캐피털원에 매각했고, 10월엔 320억 달러 규모의 금융사업을 웰스파고에 넘겼다. 137년 GE 역사상 가장 거대한 구조조정이었다.

 GE는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저 팔아치우는 걸까.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멜트 회장은 지난 달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취임하던 해인) 2001년까지만 해도 GE는 금융과 언론, 제조업 전반을 거느린 전형적인 대기업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GE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종에 집중하는 구조로 GE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멜트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GE의 사업구조를 하이테크 기반의 제조업체로 재편하는 구상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런 계획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아 좀 더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GE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거대한 쓰나미로 미국 경제를 덮쳤다. 베어스턴스와 리만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마저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하고 있던 GE도 금융 쓰나미를 피할 수는 없었다. GE의 중심축이었던 GE캐피탈이 720억 달러 규모의 기업어음(CP)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금융위기 전 42달러까지 올랐던 GE의 주가는 6달러대까지 폭락했다. 2009년 3월 4일 뉴욕증시에서 GE 주가는 장중 5.73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낙폭을 줄여 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8년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은 것이었다. GE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최고등급(AAA)에서 ‘Aa2’까지 내려갔다. 1878년 발명왕 토머스 A.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한 유서 깊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GE캐피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GE 연간 수익의 절반가량을 내던 중추 사업이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자기자본수익률(ROE) 20%대, 그룹 수익 기여도는 40%대를 각각 기록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지 7년여 후인 2015년 4월 GE는 전격적으로 금융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사업의 75%를 정리하고 원래의 본업인 제조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새로운 구상이었다. 사실상 그룹의 몸통을 교체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성역 없는 사업재편의 효과는 곧바로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다. 2015년 11월 11일 뉴욕증시에서 GE 주가는 30.67달러로 마감했다. 무려 7년 만에 30달러대를 회복한 것이다.

 ◇ “기본으로 돌아가라!”

 이멜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사업재편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라!’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제조업 복귀 및 부흥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멜트 회장은 2001년 취임과 함께 풍력발전과 가스엔진, 생명과학 등 21세기 형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GE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와 애널리틱스 등 디지털 사업 분야를 접목시켰다. 그러한 과정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GE는 ‘디지털 제조 기업’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층 빨리 하게 된다.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금융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했다. 금융 사업의 수익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금융사업 철수로 거둬들인 돈을 항공기 엔진과 발전기 등 제조업 분야에 배치하면 GE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멜트 회장은 금융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2500억 달러를 다시 제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기업 알스톰의 전력 및 그리드 사업 부문을 97억 유로에 사들였다. 1878년 GE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이었다. GE는 2018년까지 당기순이익의90%를 제조업 부문에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21세기 미래형 성장사업 중심 재편

 지난 2014년 9월 GE는 가전사업 부문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33억 달러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전 사업은 지난 7~9월 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했고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7%나 늘었다. 하지만 GE는 향후 항공기 엔진과 전력 사업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쏟는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매각을 결정했다.

 GE의 가전사업은 북미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한국과 일본 기업 대비 장기적 경쟁력이 뒤진다는 점도 매각 결정의 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미국의 독과점금지법에 걸려 일렉트로룩스 최종 매각이 무산됐지만, GE는 올해 초까지 다른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 하드웨어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GE가 중시하는 제조업 강화 전략은 반드시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GE는 기존 제조업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한 ‘디지털산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1년부터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인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GE의 자체 소프트웨어 센터와 IT 역량 그리고 새로 인수한 사이버 보안 사업을 합쳐 GE디지털 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의 디지털 역량을 전사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해 산업인터넷 분야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GE는 2020년까지150억 달러 매출을 올려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로 이름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GE의 주가는 20% 뛰었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펠츠는 “GE 대전환을 이끄는 이멜트에 신뢰를 줘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GE 주식 25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투자은행인 ‘윌리엄블레어’의 닉헤이먼애널리스트는 GE에 관한 투자의견을 종전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상향 조정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GE 주가가 2배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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