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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⑧후지제록스

등록 2016.01.20 14:39:30수정 2016.12.28 16: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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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화와 함께 한 후지제록스…시장 변화를 주도한 기업으로 성장  문서·사무기기 제조업체에서 서비스·솔루션 업체로 변화 중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경험과 서비스 노하우가 우리의 최대 무기"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시대의 변화로 위기에 빠지기 전부터 시장 변화에 보폭을 맞춰가며 개혁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후지제록스(Fuji Xerox)라 하면 복사기와 복합기, 프린터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후지제록스는 약 10년 전 2007년부터 '복사기 사업에서 졸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무기기제조업체에서 문서관리 솔루션 및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후지제록스의 역사는 사무·문서 환경의 변화와 함께 한다. 시장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때로는 변화를 주도하며 성장해온 것이다.

 복사기는 1938년 미국 뉴욕의 한 발명가인 체스터 칼슨이 자신의 연구소에서 개발했지만, 특허권을 사들인 제록스(Xerox)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기업은 복사해야 할 내용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거나 먹지 및 등사기를 활용하고 있었다.

 제록스의 전신인 '할로이드(Haloid)'는 1955년 제록스로 사명을 변경한 뒤 복사기를 주력 품목으로  당시만 해도 블루오션이었던 사무기기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쉽고 간편하게 글과 그림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는 제록스 복사기로 전 세계 사무환경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제록스는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먼저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랭크그룹과 합작해 랭크제록스(Rank Xerox)를 설립해 유럽과 남미지역을 장악해 나갔다.

 이어 1962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후지필름과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 바로 후지제록스다.  

 후지제록스가 일본에 선보인 일반용지에 복사 가능한 '제록스914'는 암모니아를 감광제로 사용해 특수 감광용지에 복사하는 디아조(Diazo)식 복사기를 사용하던 사무업계의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당시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고속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고,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생산설비를 나서고 있었다.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던 일본은 후지제록스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복사기 판매뿐만 아니라 대여 서비스를 통해 대기업과 관청, 대학을 적극공략한 결과 '제록스914'는 일본 사무업계 필수품이 됐다.

 설립 초기 후지제록스는  고도의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 시장에만 집중했지만, 곧 해외진출을 본격화했다. 1974년 당시 한국 무역업을 이끌던 동화사업과 합작 파트너를 맺어 코리아제록스를 설립하는 등 현재 지난해 10일1일 문을 연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포함해 총 14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후 복사기 시장에는 두 차례의 대규모 변화가 있었다. 후지제록스는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했다.

 첫 번째 변화는 1990년대 후지제록스의 모회사인 후지필름도 파산 위기까지 몰아갔던 디지털시대의 도래였다.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자 복사기와 프린터, 팩시밀리 사이 영역 구분이 없어졌고 고객들의 니즈(요구)도 빠르게 변해갔다. 이에 맞춰 사무기기 업체들은 디지털 복합기 개발을 서둘렀다.

 후지제록스는 1996년 처음으로 디지털복사기와 레이저 팩시밀리, 레이저 프린터 등 3가지 기능을 하나의 복합사무기로 통합한 디지털 복합기 '에이블(Able)' 시리즈를 출시해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수많은 기술업체가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후지제록스는 2002년 컬러복합기 시장에서 7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번째 변화는 후지제록스가 주도했다. 2007년 후지제록스는 기업문서관리 컨설팅 전문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2000년대 사무기기 업계가 포화상태로 접어들자 제조업만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없게 됐다. 사무기기 업체들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에서 답을 찾아왔다. 경쟁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나 생산시설을 줄이거나 신규투자를 줄이는 동안 후지제록스는 구조조정없이 복사기 제조업체에서 컨설팅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후지제록스의 문서관리 컨설팅 서비스 '후지제록스 글로벌서비스(FXGS)'는 기업 문서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주고, 문서 컨설팅 및 아웃소싱 서비스를 통해 업무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기회를 제공했다.

 후지제록스의 솔루션 사업 진출은 1970년대부터 구축해온 서비스 시스템에 기반을 뒀다. 1970년대 후반 신문광고에 "제록스 한 대를 설치하면 7명의 제록스맨을 거느릴 수 있다"고 실을 정도로 복사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틈없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해온 경험이 서비스·솔루션 업체로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초기부터 대리점보다 직판점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온 후지제록스는  50년 이상 문서관리와 인쇄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13개국 고객만족도 조사 중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을 정도로 제품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 특화된 기업이었다.

 구라하라 히로시 후지제록스 사장은 "문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정보'"라며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활용할지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고 이로부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구라하라 사장은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경험과 서비스 노하우가 우리 최대 무기"라고 설명했다.

 솔루션 사업에 집중한 결과 후지제록스는 현재 ▲문서보안 솔루션 ▲통합관리 솔루션 ▲맞춤형 문서전자화 솔루션 등 기업사무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문서관리 솔루션 및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사무기기 관리 및 솔루션은 대표적인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중 하나로 후지제록스의 매출에 크게 이바지하기 시작했다. 2014년 기준 서비스·솔루션 부문은 후지제록스 총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솔루션 부문에 힘입어 후지제록스의 아시아·태평양 총 매출도 급증했다. 1991년 500억엔(약 5152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이 솔루션 부문에 투자하기 시작한 지 2년 뒤인 2009년에는 1500억엔(약 1조5456억원)까지 증가했다. 또 2014년에는 3000억엔(약 3조912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두배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구라하라 사장은 "서비스·솔루션 부문의 매출비중을 2017년까지 50%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시도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매출 비중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2015년 기준 후지제록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49%에 달했지만, 2017년까지는 해외매출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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