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 ]⑫ IBM

등록 2016.01.19 06:00:00수정 2016.12.28 16:28:56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2005년 '애플 개발자회의'. 연단에 오른 스티브 잡스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탄을 터트렸다. ""매킨토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IBM에서 인텔 칩으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이 발언은 그야말로 '쇼킹' 수준이었다. 애플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IBM의 파워PC 시스템과 결별하고 당시 최대 경쟁사였던 인텔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상황과는 거꾸로 가는 선택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이자 초우량 기업이었던  IBM의 비극은 1981년 퍼스널 컴퓨터의 핵심인 '칩'과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기 위해 외부 회사인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IBM은 하드웨어 기술에만 집착한 나머지 핵심 기술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에, 운영시스템(OS)인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위탁 생산했다. 당시만해도 이들 기업이 IBM을 누르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

 1964년부터 1980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IBM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PC시대의 주도권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빼앗겼다. 특히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IBM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초우량 기업에서 적자덩어리로

 1911년 설립된 IBM은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이다. 컴퓨터 제조기업으로 출발해 전세계 컴퓨터 업계를 지배해 온 IBM은 1980년대 초 미 경제지 포천이 4년 연속으로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할 정도로 견실한 기업이었다.

 1989년 IBM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541억 달러(약 65조5313억원)로 미국 기업 중 1위였고, 판매와 순수익 면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IBM은 그러나 1992년 160억 달러의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1년 뒤인 1993년 초에는 9분기 연속 적자와 생산설비 40% 축소라는 대위기에 직면했다. 1993년 한 해 동안 IBM의 총 손실 역시 80억 달러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IBM은 이제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IBM이 몰락한 것은 세계 최고라는 관료주의적 타성에 젖어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132개국에 40만 명이라는 대군을 거느리고 있던 IBM은 조직의 비대화로 관료주의에 빠졌다. 주요 인사 결정은 모두 IBM 본사의 중역 회의에서 이뤄졌고, 이런 방식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하단 조직인 영업사원에서 오너까지 결재라인만 무려 11개에 달했다.  

 시대적 흐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PC 시장이 대형에서 개인용으로 바뀌었지만 이에 뒤처지면서 컴팩, HP, 델 등 후발 주자에게 밀렸다.   

 ◇ '고객 맞춤형' 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  

 IBM은 그러나 위기를 딛고 또다시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세계 최대의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 세계 최대의 기술회사, 세계 최대 규모의 e-비즈니스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를 다시 선도하고 있다.

 IBM의 극적인 재기의 비결은 고객 중심의 경영 혁신에 있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예측하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전략혁신, 프로세스의 재구축 및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고객의 기대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IBM은 주력 사업군을 제조업체에서 서비스업으로 변신 하는 데 성공하면서 성장 궤도를 달렸다. 1990년대 이후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凡用) 제품의 제조는 대거 아웃소싱으로 외부화시켰다.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 설계, 컨설팅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업체로 거듭났다.

 2002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을 인수한 후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업체인 아이소곤도 인수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에 집중했다. 2007년 SPSS 데이터 솔루션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스웨덴의 소프트웨어 업체 텔레로직도 인수하는 등 7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부문과 IT 서비스 부문 매출이 IBM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두 부문의 매출은 2001년 IBM 매출의 65%를 차지했으나 2011년 비중이 83%로 높아졌다.  

 ◇ 전문경영인 거스너, 제조 사업 버리고 서비스 조직으로 개혁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 격으로 투입된 루 거스너 회장은 무너진 IBM을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실적 뿐 아니라 기업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했다.

 그는 1993년 IBM CEO로 영입됐다. IBM 역사상 내부 발탁 승진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사내 승진이 전통처럼 이어져 왔던 IBM 조직 문화를 고려할 때 컴퓨터와는 전혀 무관한 전문 경영인을  CEO로 선택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그는 식품기업인 RJR 나비스코와 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로 근무했던 경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IBM을 부활시킨 것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 차별화된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거스너는 취임한 후 전세계적으로 분산된 국가별 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를 위해 의사결정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바꿨다. IBM은 사실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회사를 사업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보고, 실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또 IBM의 VIP 고객 100명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청해 IBM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이나 불만 등 의견을 직접 묻고 개선에 나서는 등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제조 기반 사업을 버리고 IBM을 서비스 중심의 조직으로 바꿨다.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과 자산도 신속히 처분했다.

 그 결과 IBM은 1993년 당시 총 매출의 27%에 불과하던 IBM의 서비스 사업을 2002년에 총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364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최대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취임한 지 1년만인 1994년에는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30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명예퇴직 제도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관리자 수와 상하부 단계를 줄이는 한편, 핵심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해 효율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첫해 6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기사회생의 발판을 다졌다. 고비용 구조도 꾸준히 개선해 한때 매출 대비 38%까지 이르던 비용 비율도 22%까지 낮췄다.  

 또 1997년 업계 최초로 'e-비즈니스'를 주창하면서 e 구매로 전환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42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제품 개발, 공급사슬, 구매, 생산, 고객관리, 재무, 인사, 정보기술, 자산관리 등 10개의 핵심 업무프로세스를 웹에서 재통합하고 시장과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해 어떠한 고객의 요구에도 언제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도 갖췄다.

 이를 통해  IBM은 500억 달러에 달하는 구매 물량을 전자구매 프로세스로 바꾸고 매출 부분의 30%를 전자상거래화했다.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결정…PC 부문 中 레버노에 매각

 루 거스너에 이어 2002년부터 CEO를 맡은 새뮤얼 팔미사노의 업적도 높이 평가된다. 정통 IBM 출신인 그는 2002년에 PwC의 컨설팅 사업 부문을 3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서비스 역량을 고도화 했다.

 그는 IBM의 상징인 PC 사업 철수를 결정한 장본인 이기도 했다. 2005년 중국의 레노버에 PC사업을 매각했다. 현재 PC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선택으로 평가된다.

 IBM의 최대 강점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IBM은 전세계 8개의 연구소에 3000여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종사하고 있고 전세계 24개의 제품개발 연구소에 12만5000명의 연구원이 제품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IBM 왓슨연구소에서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또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미국 내 최다 특허 등록기업을 차지했다.  IBM의 특허 등록 건수는 7355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인지 과학기술'과 '기업의 클라우드 플랫폼' 관련 분야가 2000개 이상이다. IBM은 연구개발 분야에 매출의 6%를 매년 투자하고 있다.   

 IBM은 다른 어느 기업보다 많은 변신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 와 '변신의 귀재'로도 통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