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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⑭코닝

등록 2016.01.21 06:00:00수정 2016.12.28 16: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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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유리 만든 기업, 에디슨 전구 유리로 출발  매출액 10% R&D 투자…"연구 그만두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인내심을 갖고 10년 뒤를 바라보는 미래지향 장수기업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강화유리 '고릴라 글라스(Gorilla Glass)'는 정보기술(IT)이나 첨단소재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한 번쯤은 손에 쥐어봤을 제품이다. 고릴라 글라스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터치감이 좋아 삼성 갤럭시와 LG 옵티머스, 애플 아이패드 등 350개가 넘는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젊은 벤처기업들로 가득 찬 IT업계에 필수적인 고릴라 글라스를 개발한 유리업체 '코닝(Corning)'은 역사책에서 익숙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등을 감싼 유리전구를 제조했을 정도로 오래된 회사다.

 1851년 설립된 코닝은 고향인 미국 뉴욕주(州) 코닝시에서 따온 이름을 160년 역사 동안 단 한번도 잃지 않은 장수기업이다.

 160년이나 살아남은 기업은 흔치 않다. 국내 상장기업 평균연령은 40년이 채 안 되고, 가장 오래된 두산도 119년 전 설립돼 비교적으로 젊은 기업이다.

 ◇160년 역사의 '젊은 기업'

 코닝의 장수비결은 '젊은 제품' 고릴라 글라스의 개발 원동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바로 꾸준한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코닝은 100년 넘는 전통에 집착하기보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매출액의 10%를 R&D에 재투자해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코닝의 첫 개발혁신은 1879 에디슨과의 만남으로 나온 백열전구용 유리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끈 에디슨 전구에 힘입어 1908년에는 백열전구용 유리가 코닝의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코닝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08년, 열차용 저팽창 내열유리 ▲1913년, 내구성이 강한 조리기구와 실험기구 '파이렉스(Pyrex)' ▲1934년, 플라스틱과 유리 특성을 모두 갖춘 가공소재 실리카 ▲1947년, TV 브라운관 ▲1970년 광섬유 등 유리 관련 제품을 잇달아 개발했다.

 코닝 유리제품은 일반 전구부터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머큐리호(Mercury)'에까지 탑재되고, 최근에는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등 첨단기술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연구'없이 '미래'없다

 160년 초장수기업 코닝의 긴 역사에 위기가 없었을까? 코닝의 첫 위기는 1980년대 초반에 찾아왔다.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경쟁사가 늘어난 것이다.

 당시 코닝은 1964년 자동차 전면용 무결점 유리를 만드는 '퓨전공법(Fusion Overflow Process)'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 유리 제품을 제조·공급하면서 급격한 매출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코닝은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지 않았고, 1984년 퓨전공법을 기반으로 세계최초 능동형 LCD를 개발해 훗날 기판유리시장을 장악하게 된 발판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코닝 R&D가 언제나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또 혁신제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경영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확산과 급속한 광통신 사업 성장을 본 코닝은 '선두기업으로 오를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한다'며 광섬유와 광케이블 연구에 투자를 확대했다.

 1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광섬유 사업을 육성한 코닝은 2001년 IT버블 붕괴로 3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다. 당시 주당 110달러였던 주가는 하루아침에 1달러대로 폭락했다. 코닝이 직면한 두 번째 위기다.

 여느 기업은 더 이상 과감한 R&D 투자를 중단했을 만한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실제로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조지프 밀러는 "올 것이 왔다"며 "R&D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창업주 5대손이자 당시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호튼은 오히려 "연구를 그만둔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2001년 매출액의 10.3%에 달하던 R&D비용을 2002년에는 15.3%까지 끌어올렸다.

 위기 속에서도 끈기있게 R&D에 투자를 이어온 코닝은 현재 광섬유의 선도기업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리기판 기술에 대한 투자도 멈추지 않은 결과 기판유리시장에서 50% 이상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2001년 IT버블 붕괴 위기를 견뎌낸 지 10년도 안 돼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150년 장수기업리스트에 속해있던 메릴린치도 맥없이 쓰러지게 했다.

 이번에도 코닝은 R&D 비용을 삭감하지 않았다. 2005년부터 코닝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웬델 윅스 회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코닝의 장수 비결"이라며 선임 CEO들의 경영철학을 이어갔다.  

 ◇ 50년 뒤를 내다본 투자

 R&D 비용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코닝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2009년 1월에는 35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다만 경영진들은 감원대상에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앞으로 구직에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코닝의 위기관리 시스템 '방어 테두리(Ring of Defense)'는 ▲1단계, 긴축지출과 추가고용 중지 ▲2단계, 공장휴가제와 단축근무제 ▲3단계, 급여동결과 직원감원 ▲4단계, R&D 예산 삭감과 자산매각 등 4단계로 나뉘어있다. R&D 삭감은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코닝은 R&D 비용의 70%를 5년 이상의 연구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10년 이상의 연구에 투자해올 정도로 단기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따지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제품개발에 꾸준히 노력하는 미래지향적 기업이다.

 2004년 21억6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던 코닝이 2014년 24억7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10년 뒤의 시장에 집중한 결과다.

 스마트기기 필수부품 고릴라 글라스도 1962년 자동차용으로 개발했지만, 당시 시장에는 필요가 없었던 '켐코(Chemcor)'를 활용한 것이다. 50년 뒤 성장동력에 투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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