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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혁신'을 배워라]⑮사우스웨스트항공<끝>

등록 2016.01.22 06:00:00수정 2016.12.28 16: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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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AP/뉴시스】지난해 4월23일 촬영한 사진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 소속 여객기가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지난 4분기 순이익이 낮은 요금과 노동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 급감으로 5억36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2016.01.2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마른 하늘의 참혹한 날벼락이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여객기 두 대가 17분 간격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들이박았다. 먼저 오전 8시 46분, 92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AA11편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충돌했다. 잠시 뒤인 오전 9시 03분, 65명을 태운 유나이티드 항공 UA175편이 남쪽 건물 77층과 85층 사이로 충돌했다. 영화와 소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항공기 자살테러였다. 미국의 자존심이 화염에 휩싸인 채 녹아내렸다.

 전 세계가 얼어붙었다. 9.11 테러는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채 극복하지 못하고 있던 세계경제를 덮친 초대형 악재였다. 더군다나 정보기술(IT) 거품마저 꺼지고 있던 즈음이었다.

 테러 충격으로 인해 여행객 숫자가 이전에 비해 20~30% 줄자 항공사들은 곧바로 감량경영에 돌입했다. 보잉사가 2~3만 명, 유나이티드항공 2만 명, 콘티넨탈항공이 1만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9.11 테러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미국 항공사들이 해고한 근로자 수가 무려 7만 명에 달했다.

 ◇ 저가항공사의 원조 SW

 그러나 한 항공사가 세상의 비웃음을 살 정도의 ‘역발상 경영’을 내세웠다. 인원감축은 커녕 오히려 조종사와 승무원을 늘렸다. 노선의 운항편수도 종전과 같이 유지했다. 다른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없어서 포기한 노선에 새롭게 항공기를 투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저가항공사의 원조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SW)이다. SW는 1971년 변호사 출신 허브 켈러허가 세운 회사다. 3대의 보잉 737로 시작했다. 텍사스 주의 댈러스와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3개 도시를 중심으로 운행했다. 구멍가게처럼 시작한 SW는 지금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9.11테러로 항공사들이 위기에 몰렸던 2001년에도 SW는 5억1114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자기자본 수익률도 13.7%를 기록했다. 창립 3년째인 1973년부터 시작된 연속 흑자 신기록을 이어간 것이었다. 그해 SW는 55억5517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0년 56억4956만 달러에 비해 1.6% 줄어든 규모였다. 

 SW는 미국 항공사들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던 1992년에도 1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내는 신공을 발휘했다. 그해 미국 항공사들은 도합 30억 달러의 적자를 냈었다.

 SW는 현재 42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신장세는 특히 괄목할만하다. 2010년 121억 달러였던 SW의 매출은 2011년 156억 6000만 달러, 2012년 170억9000만 달러, 2013년 177억 달러, 2014년 186억 1000만 달러로 껑충껑충 뛰었다. 불과 5년 만에 53.8%나 되는 매출 신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당기 순이익은 2010년 4억5900만 달러에서 2014년 11억4000만 달러로 급등했다.

◇승승장구 비결…저 비용,역발상,펀(fun)경영

 SW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비용파괴’와 ‘가격파괴’로 대표되는 저 비용구조다. SW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저렴한 티켓을 내놓았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직접 예약 제도를 시작했다.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의 구분을 없앴다. 기내 서비스도 폐지했다. 737 단일기종만 운행함으로써 훈련 및 정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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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승권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 고객들의 탑승수속 시간을 줄였다. 복잡한 허브 공항 대신 한가한 지방 공항을 이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겐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하고, 공항사용료도 감축했다.

 SW는 비용파괴를 바탕으로 가격파괴를 할 수 있었다. 9.11 테러 이후 항공요금을 25% 인하했다. 인원 감축이나 운항 축소 등 수세적 방식이 아니라 항공권 파격세일이라는 공격적인 길을 택한 것이다. 경쟁사 항공원의 절반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손님을 모집했다. 자동차 여행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둘째는 전통적인 물류 통설을 뒤집는 ‘역발상 경영’이었다. 현대 교통 및 물류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기본 패러다임은 ‘허브 & 스포크(Hub & Spoke)’ 방식이다. ‘허브’는 자전거 바퀴의 축을 말하고, ‘스포크’는 살을 말한다. 예일대학의 프레드 스미스가 정립한 현대적 물류개념으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변방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물류거점인 ‘허브’를 중심으로 주변부인 ‘스포크’를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SW는 옛날 방식인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을 되살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허브 & 스포크’가 맞지만 고객의 입장, 특히 여행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포인트 투 포인트’가 훨씬 편리한 서비스라는 점에 착안을 한 것이었다. 중간 ‘허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인 ‘스포크’로 고객을 모셔다드리는 서비스를 채택한 것이다.

 ‘허브 & 스포크’ 방식 이외에도 SW가 뒤집은 또 다른 물류업계 통설은 장거리 항공 노선이 단거리에 비해 더 수익성이 높다는 통설이었다. SW는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만 고집했다. 운항노선의 85%를 500마일 이하의 단거리 노선만 고집하는 차별화 전략을 택한 것이다.

 SW 성공의 세 번째 비결은 창업자인 켈러허가 SW의 기업문화로 심어놓은 ‘펀(fun) 경영’이다. 1981~2001년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있었던 켈러허는 “웃지 않는 리더를 위해 일하지 말라.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는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으로 공항에 나타나 직원과 승객들에게 농담을 던지곤 했다.

◇'고객이 왕' 아니라 '직원이 왕'

 켈러허가 내세운 ‘펀 경영’의 핵심은 ‘직원은 왕’이라는 것이었다. 캘러허는 “회사가 직원들을 왕처럼 모셔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종교적 신념처럼 믿고 있는 ‘고객은 왕이다’는 말을 틀렸다”며 “기내에서 폭음하고 직원을 괴롭히는 불량 고객은 과감히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고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들도 캘러허의 ‘펀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느 날 한 공항에서 SW의 비행기를 기다리던 고객들에게 출발 지연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고객들은 짜증을 낼 틈이 없었다. 곧바로 “출발 지연으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부터 보물찾기를 하겠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공항 내에 매직펜으로 동그라미 표시가 그려진 일 달러짜리 지폐 세 장을 숨겨 놓았습니다. 이 지폐를 찾아오시는 고객에게는 200달러의 상금과 공짜 비행기 표를 한 장씩 드리겠습니다. 자아 준비하시고 시작!” 고객들은 공항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신나게 보물찾기를 시작했다. 지연 출발에 대한 불평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늘 있게 마련이다.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도 하다. 1971년 창립된 SW는 1990년대 초반 유류 값 급등과 1997~1998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등 숱한 위기를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감원 한 번 하지 않은 채 42년 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게 다 경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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