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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퇴근 후 성희롱도 회사 책임?

등록 2016.04.05 07:00:00수정 2016.12.28 16: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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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앞서 '직장 내 성희롱, 회사 책임은 얼마나?' 편에서 성희롱에 대한 회사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애매한 것이 있습니다. 성희롱 자체가 이성 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업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퇴근 후나 개인적인 카톡을 통해 벌어진 일이라면 회사나 당사자가 '발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퇴근 후 등 업무시간 외에 가해지는 성희롱도 회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보통 퇴근 후에 벌어지는 성희롱과 추행 등의 행동에 대해서는 회사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개인적인 민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민사로 보면 원칙적으로 직원이 성희롱 또는 성폭력 가해행위를 했다면 사용자도 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사용자가 이미 해당 직원에게 상당한 주의를 시키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배상책임에서 면제됩니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이 "성희롱을 당하고 있어요"라는 보고를 올렸다면 아주 단호하게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 합니다. 직장인 A씨는 직장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렸습니다. 급기야 직장상사는 퇴근 후 자가용에 A씨를 태운 뒤 경기 양평군으로 달렸습니다. 이 상사는 오붓한 드라이브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으나 A씨는 끔찍했을 것입니다.

 결국 A씨는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렸고, 안타깝게 숨을 거뒀습니다. A씨 부모는 산업재해 신청을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기각됐습니다. A씨의 죽음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A씨에 대한 성희롱 자체에 관한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죽음까지 부른 심각한 상황 자체가 업무와 연관이 있지는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에게 환자가 들이댔습니다. 결국은 사고가 터지고 말았는데, 야간근무 중에 이 환자가 심각하게 추근대자 B씨는 창문을 통해 도망가려 했습니다.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B씨는 추락사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례는 회사의 책임이 인정됐고, 산재로도 인정됐습니다. 이유는 업무상 벌어진 일인 데다 회사는 근무 중에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성희롱 문제 대해 회사는 이를 관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할 의무가 있고, 직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회사도 큰 책임을 지게 됩니다. 직원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사장님들은 조금 더 특별히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다룬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상당수 독자가 "왜 피해자는 여성으로만 한정하느냐"는 항의 섞인 문의를 하셨습니다. 남성이 성희롱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맞습니다. 성희롱의 피해자는 남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무법인 동인의 이훈 노무사는 "요즘은 자기 성적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여성 간부 사원이나 여성 사장님의 성희롱 문제에 관한 상담도 꽤 들어온다"고 전합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모든 상황은 남성이 피해자일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성희롱에 시달리는 남성이 있다면 꼭 회사에 보고하고, 조치를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성희롱은 동성 간에도 적용됩니다. 실제 술자리에서 뽀뽀하는 등의 성희롱을 일삼는 간부직원이 많은데 동성이라고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똑같이 처벌받습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