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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회사가 갑자기 임금을 깎자면?

등록 2016.05.24 09:13:41수정 2016.12.28 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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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무역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민영(32)씨는 얼마 전 속상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장이 "회사가 어려워졌다"면서 상여금과 임금 일부를 삭감하자고 나선 것입니다. 김씨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사장님 말씀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워 말을 삼켜야 했습니다.

 IT기업에서 일하는 장민숙(35) 대리는 최근 회사의 태도에 상당한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회사는 그동안 별도의 식대를 주지 않는 대신 입주한 건물 내 구내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권을 줬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최근 어려워지자 슬그머니 식권 지급을 중단한 것입니다. 식권 가격은 얼마 되지 않으나 사정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이런 행태를 보이자 장 대리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의 근로조건을 변경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직원으로서 회사 정책이 정해지면 따라갈 수 밖에 없으니 근로조건이 다소 불리해지더라도 항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근로 조건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해당 직원들의 동의 없이 근로 조건을 하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적법절차를 거친 취업규칙,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한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은 가능합니다. 여기까지는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법 절차'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의 경우는 비교적 쉽습니다. 노동조합의 동의만 얻으면 되니까요.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직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해 준 상태에서 동의를 구해야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율적인 의사표현'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 입니다. 단순히 회람을 돌리거나 개별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면 무효가 됩니다. 반드시 회의(토론) 방식으로 자유롭게 의사를 취합해 그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회람을 돌리는 방식으로 찬반을 물으면 형식적인 절차가 되기 쉽고, 1대 1 개별 상담으로 하면 사실상 강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근로조건을 바꾸려고 하는데 직원 한명이 "반대한다"고 외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럿이 토론식으로 회의한다면  "반대합니다"고 말하기가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판례가 있습니다. A 회사는 임금 삭감을 하려고 1~2명 규모 개별 상담을 통해 직원 동의를 얻었습니다. 결국 임금이 대폭 삭감된 직원들이 회사를 고소했고, 법원은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의견수렴을 소수의 단위로 한 것은 근로자들의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럼, 장 대리의 사례처럼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노사합의에 명시돼 있지 않은 복리후생제도를 폐지하는 사례는 어떨까요. 얼핏 생각하면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으니 없애는 것도 쉽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불이익한 근로조건의 변경으로 봅니다. 그동안 관행으로 지급해왔던 것이라면 역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직원 동의를 구한 뒤 변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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