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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종교를 이유로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등록 2016.06.14 06:50:00수정 2016.12.28 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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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를 위해 면접을 본 김정국(28)씨는 면접장에서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한 면접 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 거부권 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업무와 크게 연관도 없는 질문이어서 김씨는 순간 당황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어떻게 답하는 것이 유리할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고, 평소 소신과 다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 면접을 보면서 정치적 견해를 묻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실제로 한 화장품 회사는 면접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과했고, 모 대학은 교직원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게 누구 책임이냐"고 물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취업준비생은 평소 소신이 무엇이든 채용에 유리한 답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취업준비생들은 '사상검증'이라거나 '영혼을 판다'고 하죠.

 이렇게 정치적 성향을 묻는다거나, 믿고 있는 종교가 무언인지를 물어보는 면접은 괜찮은 것일까요. 더 나아가 그런 정견이나 종교를 이유로 채용이 거절하는 것은 정당할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견이나 종교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우선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직장인은 종교나, 정치적 성향, 국적 등에 따라 차별받으면 안 됩니다. 이건 근로기준법 6조에 '균등한 대우'라는 제목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문제는 면접 등의 채용 과정은 '근로조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특정 국적, 신앙,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법 위반이 아닙니다.

 결국 이미 입사한 직장인은 종교나 정치적 성향, 국적 등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입사지원자는 같은 이유로 채용이 거절돼도 할 수 없습니다. 입사지원자는 회사가 좋아할 만한 '정답'에 가까운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영혼을 판다'라는 취준생의 자조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경영자는 직원을 채용할 때 특정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그 기준이 정치적 견해나 종교라 하더라도요.

 참고로 현재 법 체계에서 채용 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성별과 연령입니다. 남녀의 성을 이유로 한 채용에서의 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연령에 따른 차별은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각각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훈 노무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치적 견해나 종교에 따라 고용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입법 미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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