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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대해부-⑫공정위]경제검찰, '방패'로 제2인생…타 부처 출신보다 직급도 높아

등록 2016.04.21 09:15:33수정 2016.12.28 16: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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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회 출신 공무원들은 대기업이나 로펌에 재취업하는 일이 많았다. 특이한 점은 다른 부처나 외청의 공무원들이 재취업할 때보다 직급이 높은 '고문'으로 취업한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21일 뉴시스가 녹색당과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공정위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공정위 공무원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17명이 취업심사를 받아 모두 취업 승인됐다.

 ◇대기업 고문으로 가는 3~4급 공무원

 공정위 공무원들은 기업체 고문이나 대형 법무법인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기업으로 영입되는 사례를 보면 3급이나 4급 출신 공정위 공무원이 대기업으로 영입되면 '고문'이라는 명함을 받았다. 비슷한 직위의 부처 공무원은 기업으로 재취업할 때 대체로 상무나 전무급으로 영입되고 있다.

 이를 자세히 보면 이 기간 공정위 출신 4급 공무원들은 각각 하이트맥주, 엘지경영개발원, 롯데제과, 하이트진로, SK하이닉스, 삼성카드, 만도 등에 각각 고문으로 영입됐다. 그리고 3급 출신 공무원 1명은 기아자동차 고문(자문)으로 재취업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이들 회사는 모두 공정위의 크고 작은 심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공정위로부터 합병심사를 받아 통과됐고, SKT의 하이닉스 인수도 이 기간 승인됐다. 삼성카드는 대출대리점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으로, 만도는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기아자동차는 대리점에 대한 간섭 문제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기업이 이처럼 공정위 출신 관료들을 '고문'이라는 높은 직함을 주면서 영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기업 내부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영입이 일반적이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진 인재다 보니 기업 내부 시스템을 손질하는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다른 이유는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는 '방패'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정위 출신 관료를 영입하면, 공정위의 칼끝이 해당 기업에 향해질 때 대처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의 '단골손님'이 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처벌을 완화하거나 무마할 수도 있는 공정위 출신 관료가 영입 '1순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 군기 잡던 경제검찰, 대형로펌에서 '수비수'로

 법무법인에서 제 2인생을 시작한 '경제검찰'도 많았다. 이를 두고 공정위 출신들이 로펌에 재취업해 사실상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연합) 이상직 의원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10대 로펌의 담당 변호사·고문·전문위원 등으로 근무하는 공정위 퇴직자 또는 자문위원 출신은 63명에 달했다.  

 취업 심사를 거쳐 재취업한 사례를 보면 4급 공무원 김모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위원으로, 유모씨는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으로 영입됐다. 3급 출신 강모씨는 안진회계법인 전무이사로, 김모씨는 법무법인 태평양 공정거래1팀장으로 재취업했다.

 공정위 출신들이 대형 로펌으로 영입되는 이유는 대기업보다 더 노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의 조사와 소송에 대처하는 '방패'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 공정위 관료 출신이 다수 소속한 대형로펌들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높은 승률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2006∼2013년에 확정된 공정위의 행정처분 소송 394건 중 공정위가 패소(일부패소 포함)한 사건은 125건(31.7%)이다. 공정위를 상대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한 곳은 김앤장법률사무소였다. 김앤장은 공정위를 상대로 무려 53건의 소송에서 이겼다. 김앤장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로펌 중 가장 많은 공정위 출신 관료(15명)가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공정위가 모 대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소송까지 진행했는데 소송을 당한 대기업의 임원이 대형로펌 직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이때 나타난 유명 로펌의 변호사들이 모두 공정위 출신이었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사업을 하다 보면 언제든지 공정위와 엮일 수 있다"며 "공정위 출신들은 이런 일을 미리 방지할 수도 있고, 막상 걸리면 해결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막상 공정위의 조사를 받다 보면 공정위 출신을 보유하면 큰 도움이 된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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