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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제 긴급진단④]기업들, 자정요구에도 '마이동풍'

등록 2016.06.09 07:50:00수정 2016.12.28 17: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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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KT&G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KT&G 거래 광고대행사 J사 대표 김모씨가 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6.03.0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최근 주요기업 경영진 비리나 부실경영 사태를 계기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재부각되고 기업의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마이동풍'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면피성으로 '투명경영'을 외칠 뿐 사실상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전문가적 시각으로 경영을 돕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재 재벌그룹 사외이사들은 총수를 견제하기는 커녕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년에 10번 안팎의 회의에 참석하고 6000만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으며, 각종 안건에 99% 수준의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의 44% 가량이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등 핵심 권력 기관의 장·차관 출신으로, 사실상 외부 로비의 창구이거나 외부 비판에 대한 바람막이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비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총수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졌던 2005년 계열사 사장 8명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를 구성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화를 양대 혁신과제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그런데 지난해 두산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단 한 건의 반대의견도 던지지 않았다. 다만 기권, 유보 등으로 '찬성율100%'를 비껴갔다.

 올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 역시 대부분 법조계와 정치권의 고위관료 출신이었다.

 이중 임영록 이사는 두산 오너일가 박용만 회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동갑이어서 '독립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차동민 사외이사의 경우 김앤장이 두산그룹 전반의 법률대리인, 자문등을 맡는 경우가 많아 독립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 외에 두산건설의 천성관 사외이사는 서울지검장, 오리콤의 김성호 사외이사는 법무부장관과 국정원장 출신으로, 사실상 두산이 사외이사를 '바람막이'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외국인 주주들이 늘고 '주주친화경영'이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또 삼성전기 한민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총에서 일부 주주가 송광수 전 검찰총장 재선임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면서, 전자표결이 이뤄졌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표결이 이뤄진 것은 11년만에 처음이었다.

 현대차는 주주 권익보호와 투명한 기업경영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고, 지난해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졌던 롯데 역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특정 인물을 7~10년 가까이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어, 사외인사가 '내부화'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 중 SK, LG, 현대중공업, 한진, KT, 신세계, CJ, LS, 금호아시아나, 대림, 동부, OCI, 효성, 대우건설, S-Oil, 영풍, KCC, 미래에셋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100%의 찬성율을 보였다.

 삼성과 현대, 현대차, 한화, 두산, 롯데의 사외이사들도 95% 이상의 찬성율을 보였다. 3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율은 99.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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