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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제 긴급진단②]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의 원천…비리·부실 사례로 본 실태

등록 2016.06.09 07:50:00수정 2016.12.28 17: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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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 소속 직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KT&G 건물에서 민영진 전 KT&G 사장 집무실과 비서실 등 압수수색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민영진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소망화장품과 KT&G생명과학 등을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2015.10.02.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우리나라 기업들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가장 악성적 요소로 지적되는 '사외이사'제도의 폐해는 최근 전·현직 대표 등이 각종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은 KT&G와 부실경영·낙하산 논란 등으로 대표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연매출 4조원이 넘는 KT&G는 민영화 이후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관행적으로 협력업체나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최근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가장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거친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KT&G는 그간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내·외부의 심화된 유착관계와 허술한 관리체계 등으로 흡사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따르면 KT&G는 민영화로 국가적 감독시스템이 사라진 이후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협력업체 납품과정에서 관행적 리베이트 수수, 해외수입상 금품로비 등의 구조적 문제점이 적발됐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문제는 경영진의 비리다. 검찰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KT&G 임직원은 전·현직 사장을 포함해 총 7명이다.

 이처럼 전·현직 임직원 비리 사태가 터진 근본 배경에는 민영화 이후 사실상 견제수단이 제 역할을 못한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합리적 견제기구인 이사회는 절대적 권한을 휘두른 사장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마저도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임원 보고에 의존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어 허위·부실보고로 인해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마땅히 견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사회 내에 설치된 감사위원회도 사장과 관련된 비위행위에는 눈을 가렸고, 이런 상황에서 사장은 실적이나 성과보다는 자신의 이익, 재신임 등에만 눈이 멀수 밖에 없었다.

 

 견제·균형이라는 사외이사제도의 운영원칙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로, 사실상 사장의 의사결정이 전부였다. 사장이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제왕적인 권력을 휘둘렀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도 사외이사제도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선업과 무관한 인사를 선임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유명무실한 사외이사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이 선임한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찰 출신으로, 조선업과 무관한 대우증권 사외이사로 일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 때문에 부실경영 원인 중 하나인 낙하산 정피아 인사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대우조선 출범 이후 사외이사로 선임된 30명 중 60%인 18명이 관료 또는 정치권 인사로 이른바 '정피아'로 분류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수조원이 넘는 적자 속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사외이사가 없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경영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이사 후보로 추천받은 후 논란 속에서 후보직에서 물러난 민유성 전 한국산업은행장, 한진해운 사외이사로 추천받았지만 거래관계가 있는 KSF 선박금융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논란이 제기됐던 노형종 감사 등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외이사제는 대주주나 회사 경영진 외에 외부 전문가들을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선임함으로써 경영을 객관적으로 감독하도록 한 제도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정부는 대우조선의 구조조정과 관련, 당초 계획했던 규모보다 많은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힌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빌딩에 회사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대우조선 인력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만 2819명으로 709명이 감축됐다. 이를 올해 말까지 780명 감소한 수준인 1만 2748명으로 낮추고 분기별 평가를 진행해 예정원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연간 3000억 원 넘는 수익성 개선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현재 부진한 1630억 원 규모의 서울본사, 2008억 원 상당의 마곡부지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016.04.26.  photothink@newsis.com

 하지만 1998년 국내 상장회사의 사외이사제 의무화 이래 객관적 전문가 대신 대주주나 경영진의 우호세력이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왔다.

 사회이사들의 힘으로 회계부정이나 경영부실을 막은 사례는 거의 없고, 회사에 불이익을 끼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기업집단 상장사 239개 사의 이사회 안건 5448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3건(0.2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사회이사제도가 기업지배구조 원리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선진국처럼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을 받아 공모절차를 거쳐 추천을 받고,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에도 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보수 또한 연간 보수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비례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KT&G가 민영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공기업 시절의 '갑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직 개편은 물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이유로 개선의 노력이 없었다"며 "이번 사태를 한국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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