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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⑥]삼양식품, 3세경영 몰아주기…의문의 회사 'SY캠퍼스'

등록 2016.07.27 06:50:00수정 2016.12.28 17: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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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삼양식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보유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 삼양식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보유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라면명가 삼양식품이 매출 급감 등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의 이 같은 악재는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실적하락을,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성장을 막고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창업자 고(故) 전중윤 회장의 장남 전인장 회장과 첫째며느리 김정수 사장, 손자 병우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SY캠퍼스'(옛 비글스)가 있다.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SY캠퍼스는 내츄럴삼양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여명도 삼양식품 지분 16.6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는 삼양식품을 통해 ▲프루웰 ▲삼양티에이치에스 ▲원주운수▲호면당 ▲에코그린캠퍼스 ▲삼양베이커탱크터미널 ▲제주우유 등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SY캠퍼스'…3세 전병우씨 100% 소유 '경영승계 전진기지'

 SY캠퍼스는 창업주의 장손 병우씨가 100% 소유한 회사인데다 사실상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어 차기 경영권 승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오너일가 편법승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설립 10년만인 지난 3월31일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2007년 당시 13살이었던 병우씨가 지분 100%를 가진 이 회사의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지만, 이 회사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삼양식품에 포장 공급)을 그룹에서 분리해 가져갔다. 이어 2009~2010년에는 삼양식품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내츄럴삼양 지분 26.9%를 인수,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내츄럴삼양의 2대주주로 떠오른다. 

 테라윈프린팅의 경우 SY캠퍼스가 50%, SY캠퍼스 심의전 대표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있다. 심의전 대표는 창업자 전중윤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SY, 새아침, 내츄럴삼양, 테라윈프린팅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윈프린팅은 삼양제약, 내츄럴삼양과의 거래를 통해 2010년 195억원, 2011년 213억원의 매출을 기록,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병우씨 워런트 매입 주식투자로 70억 돈벼락

 병우씨가 100% 소유한 SY캠퍼스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이용한 주식투자로 7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으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2009년 6월 나우아이비캐피탈 등 5개사를 대상으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0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15살이던 병우씨는 자신의 삼양식품 주식 3만주를 담보로 은행에서 4억5000만원의 자금을 빌려 발행된 워런트의 절반인 75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서울=뉴시스】 삼양식품그룹 지분 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 삼양식품그룹 지분 구조. 자료:금융감독원

 BW는 회사채 형식으로 일정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를 주는 사채다. 분리형BW의 경우 매입자가 워런트를 분리해 3자에게 팔 수 있다. 병우씨가 매입한 워런트의 발행 당시 행사가는 주당 1만5950원, 행사가능주식은 신주 47만219주였다.

 병우씨는 2011년 2월 자신의 개인회사인 SY캠퍼스에 워런트 전량을 매각했고, SY캠퍼스는 같은해 6월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45억원어치의 워런트를 행사해 신주 28만2130주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해 7월4일부터 8일까지 매입 주식의 절반 가량인 14만3290주를 평균 2만9400원(주당 차익 1만3450원)에 장내매도, 19억2725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어 SY캠퍼스는 7월13일 10억원어치의 워런트를 행사해 6만2695주를 사들였고, 11월29일부터 12월7일 사이 17만9190주의 주식을 평균가 3만8863원(주당 차익 2만2913원)에 장내매도, 41억578만원의 차익을 냈다. SY캠퍼스는 같은해 12월7일 다시 20억원어치의 워런트를 행사, 12만5391주를 매입했고 이튿날인 12월8일 2만2340주를 56200원(주당 차익 4만250원)에 장내매도, 9억4945만원의 차익을 냈다.

 주식 3만주를 담보로 빌린 4억5000만원으로 2년반만에 7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내고, 1.66%(12만5396주)의 지분을 남긴 셈이다.

 삼양식품의 주가는 병우씨가 주식을 매도한 다음날인 2011년12월9일 사상최고가 5만6700원을 기록한 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고, 이듬해 5월18일에는 절반 이하인 2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2만5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이 2011년 12월1일 '나가사끼 짬뽕이 이마트 온라인 및 매장의 11월 라면 판매 부문에서 농심 신라면을 꺾고 1위에 올라섰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냈고,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병우씨의 워런트 행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본사, 한때 사우나건물…페이퍼컴퍼니 의혹

 SY캠퍼스의 지난 26일 기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도소매업, 수출입업, 경영컨설팅 및 기업투자관리업, 해외기술알선, 보급, 및 이를 추진하기 위한 해외사업 등을 영위하는 것으로 돼있다. 지난 3월31일에는 '발전업'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에 시달려왔다. 

 2008년부터 2012년 3월까지 본점 주소지로 돼있던 서울시 양천구 목동파라곤 B601호 자리에 사우나가 있었다는 점, 세무당국에 직원이 대표이사 한 명 뿐인 것으로 신고된 점 등이 의혹의 주된 이유다.

 SY캠퍼스는 본사 위치가 논란이 되자 2012년 3월 강남 역삼동 두산위브오피스텔로 자리를 옮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5000억원, 종업원 1명인 SY홀딩스가 매출 수천억원 규모의 공개기업인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며 "도대체 무슨 사업으로 매출을 내고, 무슨 자금으로 내츄럴삼양 지분을 인수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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