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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⑧]일동제약…경영권 안정 여전히 '가시밭길'

등록 2016.08.10 07:00:00수정 2016.12.28 17: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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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일종제약그룹 지배구조.

【서울=뉴시스】 일종제약그룹 지배구조.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녹십자와의 경영권다툼으로 위기를 겪었던 일동제약 오너일가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 강화에 나섰다. 또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3세 경영에도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손을 잡은 대상이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인데다 알짜 계열사 일동후디스의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있어 안정적 지배체제 구축은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일자로 일동홀딩스, 일동제약,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등 4개 회사로 분할됐다.

 이에 따라 '윤웅섭→씨앰제이씨→일동제약'이던 그룹지배구조가 '윤웅섭→ 씨앰제이씨→일동홀딩스→일동제약,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등 계열사'로 바뀐다.

 오너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90%의 지분을 가진 '씨엠제이씨'와 오너2세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이 일동홀딩스 지분 31.71%를 보유하고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윤원영 회장과 윤웅섭 사장, 씨엠제이씨 등 오너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은 지난 3일 기준 19.92%로, 송파재단 지분까지 합하면 22.96%다.

 일동홀딩스의 5% 이상 주주로는 H&Q코리아의 3호 사모투자펀드(PEF)가 출자한 '썬라이즈홀딩스'(20%)가 있다. 썬라이즈홀딩스는 지난해 녹십자와의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을 당시 오너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한 사모펀드다.

 오너 2세인 윤원영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7월까지 29.36%에 이르는 일동제약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위협해온 녹십자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이를 위해 H&Q코리아와 손을 잡았다.

 썬라이즈홀딩스는 녹십자 보유지분 29.36% 중 20%를 사들이는 것으로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을 종결시켰다.

 ◇백기사였던 'H&Q코리아' 독(毒) 될까

 녹십자 지분 매입 당시 윤 회장과 부인 임경자 여사, 윤웅섭 사장, 씨엠제이씨, 썬라이즈홀딩스는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맺었다. 의결권 공동행사, 처분 제한 등의 조건이 붙었고, 이로 인해 썬라이즈홀딩스는 오너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다만 H&Q코리아가 경영권·사업권이 아니라 배당·원리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투자자인 만큼 윤 회장과 일동제약 경영진을 상대로 높은 수준의 확정 수익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백기사' H&Q코리아는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다. 2009년부터 운용을 시작한 2호 PEF로 ▲에스콰이아(800억원) ▲하이마트(900억원) ▲블루버드(360억 원) ▲하나마이크론(450억원) ▲메가스터디(645억원) 등에 3100억원을 투자했지만 실적이 형편없었다.

 하이마트 투자로 900억원의 이익금을 얻었지만, 에스콰이아 투자에서 투자금 800억원을 거의 다 잃었고 메가스터디 투자에서도 40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하나마이크론 역시 매입당시 1만1000원이던 주가가 6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H&Q코리아는 2013년부터 5650억원 규모의 3호 투자를 시작했다. 일동제약(678억원)을 비롯해 ▲잡코리아(2060억원) ▲LS전선아시아(520억원) ▲소프트플레이코리아(460억원) 등에 투자했으며, 3호 투자를 통해 국민연금 등 출자자(LP)들에게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썬라이즈홀딩스는 지난해 7월 1주당 1만9000원에 일동제약 주식을 매입했고, 이는 8월 현재 2만8500원까지 올랐다. 이미 50% 가량의 수익을 낸 셈이지만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상황이 있는 만큼 H&Q가 이 수준에 만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일종제약그룹 지분현황.

【서울=뉴시스】 일종제약그룹 지분현황.

 H&Q코리아 임유철 대표와 김후정 상무는 지난해 10월 일동제약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같은날 일동제약은 이사와 감사의 책임을 '무한'에서 '연봉의 6배'로 감경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H&Q가 이사회 진출을 통해 경영에 개입하고, H&Q등의 책임을 덜기위한 장치로 정관이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오너일가와의 계약 때 과다배당이나 대가를 담보로 했다면, 일동제약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인적·물적투자와 연구개발에도 인색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약업체인 만큼 우려스러운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일동후디스' 실질오너는 이금기 회장…분리여부 주목

 알짜계열사 일동후디스의 상장 또는 계열분리 여부도 주목된다.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그룹의 계열사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일동제약 지분이 29.91%에 불과하다. 반면 오너일가와 불편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 일가는 42.8%(이금기 21.47·부인 전용자 8.89·장남 이준수 6.70·차남 이돈수 5.78)의 지분을 갖고 실질적 오너로 군림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로 전환하면 지주사는 2년 내에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4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일동홀딩스가 2년 내에 상장사 일동제약의 지분을 현행 3.32%에서 20%까지, 비상장사 일동후디스 지분을 29.91%에서 40%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원영 회장 등 오너일가는 일동후디스를 상장시켜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 이 경우 일동후디스 상장이 호재로 작용해 일동제약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윤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향후 자신들이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31.7%)과 썬라이즈 등이 보유한 일동홀딩스 지분에 대한 교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일동제약 주가가 상승할수록 오너일가의 경영권 안정이 쉬워진다.

 하지만 이금기 회장일가는 계열분리를 통해 일동제약그룹에서 떨어져나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기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1984년까지 26년간 일동제약 대표를 지낸 전문경영인으로, 이 회장 일가는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에도 각각 6.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과 경영권 안정을 동시에 노려야 하는 윤 회장 일가로서는 이 회장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다.

 일동홀딩스 측은 "8월31일 재상장이 완료된 후 일정한 시점에 주식매매, 공개매수, 현물출자,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충족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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