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대인 사조그룹의 최정점에는 오너일가가 대다수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사 '사조시스템즈'가 자리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는 오너3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로, 사조그룹은 지난해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지배구도를 완성했다.
◇오너3세 '사조시스템즈' 6년새 자산 182억→1413억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 용역 경비, 전산 용역 등을 하는 회사로 계열사에서 매년 일감의 최대 92%를 그룹에 의존하며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키운 후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 편법상속 수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2세 주진우 회장이 13.7%, 3세 주지홍 상무가 39.7% 등 5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1982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본점을 두고 설립된 회사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2억7000만원이었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수산물 판매업 등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08년 사업목적에 용역경비업, 광고대행업을, 2009년에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 전산업무 용역을 추가했다.
이후 계열사에 매출을 의존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워나갔다.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60%(내부거래 매출 34억원) ▲2011년 67%(44억원) ▲2012년 91%(64억원) ▲2013년 92%(70억원) ▲2014년 56%(71억원) ▲2015년 55%(87억원)이다.
이 회사의 자산은 ▲2009년 182억원 ▲2010년 241억원 ▲2011년 296억원 ▲2012년 406억원 ▲2013년 662억원 ▲2014년 937억원 ▲2015년 1413억원으로 급증했다. 6년만에 자산이 182억원에서 1413억원으로, 무려 8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사업목적에 농수축산물 도소매업, 축산업, 육림업, 해운대리점업, 외국인선원 송입업 등을 추가했고, 또 다른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사조인터내셔널을 합병했다.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다.
2014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오너3세 주지홍 상무(47.28%), 2대주주는 오너2세 주진우 회장(20.35%)이었다.
농수축산물 도매업 등을 영위한 사조인터내셔널은 2009년 이후 합병 전까지 최대 99%까지 매출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했다. 농수축산물 등을 매입해 그룹 계열사에 팔며 중간수수료를 받아챙기는 전형적인 '터널링' 수법이다.
사조인터내셔널의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59%(내부거래 매출 240억원) ▲2010년 48%(234억원) ▲2010년 43%(233억원) ▲2012년 61%(307억원) ▲2013년 76%(280억원) ▲2014년 99%(189억원)에 이른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상장사는 30%)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12%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사조의 경우 자산총액이 2조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연간 최대 99%의 일감을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몰아주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주식 매도 타이밍 '절묘'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8월19일 주진우 회장으로부터 주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지분 50만주(10%)를 매입하며 지배구조 최정점으로 도약했다.
사조시스템즈가 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지난해 8월19일 당시의 주당 거래가격은 6만6000원으로, 불과 한달 여 전인 7월13일의 11만9000원에 비해 무려 44.5% 가량 폭락한 가격이었다.
당시 사조산업은 2015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43.35% 하락했다는 반기보고서를 공시했고, 이로 인해 매도주문이 폭주했다.
당시 사조해표 역시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주식 25만주(5%)를 주지홍 상무(10만주)와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했다.
이후 주 상무와 사조시스템즈는 지속적으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했고, 올해 2분기 말 현재 22.7%(주지홍 3.9%·사조시스템즈 18.8%)의 지분을 확보했다.
주진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19.9%도 순차적으로 주 상무나 사조시스템즈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조는 사조산업,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등 상장계열사만 6곳인 그룹"이라며 "이들 회사가 오너일가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상장 계열사의 부를 오너 개인회사로 빼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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