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⑫]사조그룹, 오너3세 개인회사를 지주사로 '등극'…'편법 승계' 논란

등록 2016.09.07 07:00:00수정 2016.12.28 17:36:5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사조 시스템즈 연간 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사조그룹이 오너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키운 비상장 계열사를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려 편법 3세 승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대인 사조그룹의 최정점에는 오너일가가 대다수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사 '사조시스템즈'가 자리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는 오너3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로, 사조그룹은 지난해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지배구도를 완성했다.

 ◇오너3세 '사조시스템즈' 6년새 자산 182억→1413억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 용역 경비, 전산 용역 등을 하는 회사로 계열사에서 매년 일감의 최대 92%를 그룹에 의존하며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키운 후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 편법상속 수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2세 주진우 회장이 13.7%, 3세 주지홍 상무가 39.7% 등 5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1982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본점을 두고 설립된 회사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2억7000만원이었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수산물 판매업 등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08년 사업목적에 용역경비업, 광고대행업을, 2009년에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 전산업무 용역을 추가했다.

 이후 계열사에 매출을 의존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워나갔다.

 사조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60%(내부거래 매출 34억원) ▲2011년 67%(44억원) ▲2012년 91%(64억원) ▲2013년 92%(70억원) ▲2014년 56%(71억원) ▲2015년 55%(87억원)이다. 

 이 회사의 자산은 ▲2009년 182억원 ▲2010년 241억원 ▲2011년 296억원 ▲2012년 406억원 ▲2013년 662억원 ▲2014년 937억원 ▲2015년 1413억원으로 급증했다. 6년만에 자산이 182억원에서 1413억원으로, 무려 8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사업목적에 농수축산물 도소매업, 축산업, 육림업, 해운대리점업, 외국인선원 송입업 등을 추가했고, 또 다른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사조인터내셔널을 합병했다.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다.

 2014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오너3세 주지홍 상무(47.28%), 2대주주는 오너2세 주진우 회장(20.35%)이었다.

 농수축산물 도매업 등을 영위한 사조인터내셔널은 2009년 이후 합병 전까지 최대 99%까지 매출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했다. 농수축산물 등을 매입해 그룹 계열사에 팔며 중간수수료를 받아챙기는 전형적인 '터널링' 수법이다.

 사조인터내셔널의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59%(내부거래 매출 240억원) ▲2010년 48%(234억원) ▲2010년 43%(233억원) ▲2012년 61%(307억원) ▲2013년 76%(280억원) ▲2014년 99%(189억원)에 이른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상장사는 30%)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12%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사조의 경우 자산총액이 2조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연간 최대 99%의 일감을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몰아주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주식 매도 타이밍 '절묘'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8월19일 주진우 회장으로부터 주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지분 50만주(10%)를 매입하며 지배구조 최정점으로 도약했다.

 사조시스템즈가 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지난해 8월19일 당시의 주당 거래가격은 6만6000원으로, 불과 한달 여 전인 7월13일의 11만9000원에 비해 무려 44.5% 가량 폭락한 가격이었다.

 당시 사조산업은 2015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43.35% 하락했다는 반기보고서를 공시했고, 이로 인해 매도주문이 폭주했다.

 당시 사조해표 역시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주식 25만주(5%)를 주지홍 상무(10만주)와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했다.

 이후 주 상무와 사조시스템즈는 지속적으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했고, 올해 2분기 말 현재 22.7%(주지홍 3.9%·사조시스템즈 18.8%)의 지분을 확보했다.

 주진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19.9%도 순차적으로 주 상무나 사조시스템즈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조는 사조산업,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등 상장계열사만 6곳인 그룹"이라며 "이들 회사가 오너일가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상장 계열사의 부를 오너 개인회사로 빼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