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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관전포인트 中-⑥]호남의 선택, 文이냐 다른 후보냐

등록 2017.03.15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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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오전 광주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청에서 김희중 대주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2017.03.11.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오전 광주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청에서 김희중 대주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2017.03.11.    [email protected]

문재인, '반문 정서'넘고 '대세론' 굳혀야
 국민의당, 반등 가능성 생겼으나 '보수 연대론'에서 줄타기 중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역대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충청권이 쥐고 있었다. 대부분 영호남이 서로 다른 쪽 후보를 지지하는 통에 충청 표의 향배가 어디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길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다른 듯 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어김없이 진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이 선뜻 진보진영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충청이 아닌 호남이 쥐고 있다는 관측이다. 호남이 문 전 대표에게 몰표를 준다면 그의 당선이 유력해지지만, 반대로 비(非)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대선 결과는 예측불허 상태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의외로 호남에서 '고전아닌 고전'을 하는 이유는 반문 정서가 아직 이 지역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이다.

 문 전 대표는 탄핵 선고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1박2일 동안 세월호의 아픔이 서린 진도 팽목항 방문을 비롯해 광주 북동성당 미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광주대교구장과의 면담 등 호남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첫 일정을 호남에서 맞이하며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올해만 호남을 5번 방문하고, 부인 김정숙씨까지 나서 호남 끌어안기에 올인 하다시피고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8일 야권 심장부인 광주의 전통시장인 1913 송정시장을 찾아 한 상인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2017.03.08 (사진=안희정 캠프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8일 야권 심장부인 광주의 전통시장인 1913 송정시장을 찾아 한 상인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2017.03.08 (사진=안희정 캠프 제공)  [email protected]

 이는 그만큼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여겨진다. 그는 호남에서도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과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턱밑에서는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쫓아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7~9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결과에서 문 전 대표는 32%로 1위를 차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7%를 기록,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9%를 기록했다. 광주·전남에서는 문 전 대표가 45%로 1위를, 안철수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둘 다 12%를 얻어 그 뒤를 따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 20%.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과거엔 야권 대선 후보가 대세론을 타면 호남에서 90%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난 2012년 대선에서의 문재인 전 대표도 그랬다. 물론 당시에는 사실상 여권과 야권의 1대1구도가 만들어져, 호남이 전폭적인 지지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는 19대 대선에서는 여야간 대결이 아닌 문재인 대 비문재인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호남 입장에서는 굳이 문 전 대표가 아니더라도 야권 성향 후보라면 마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노리고 민주당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부쩍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나주중흥골드스파 대연회장에서 '국민의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연수-당 지도부와의 대화'가 열린 가운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2017.02.27.  hgryu77@newsis.com

【나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2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나주중흥골드스파 대연회장에서 '국민의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연수-당 지도부와의 대화'가 열린 가운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2017.02.27.    [email protected]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20~40대에 주로 포진돼 있다. 복수의 호남 출신 정치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호남 60대 이상 중장년 층에 특히 '반문 정서'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문 전 대표가 과거 처럼 80~9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향배도 변수다. 비록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에게 못미치지만 향후 대선과정에 들어가면서 민심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이 섣불리 자유한국당 또는 바른정당과 연대 또는 연정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면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 쪽으로 한번에 돌아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나 국민의당 모두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행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호남은 움직이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대선 막판에 이르러 후보간 대결구도가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보고 표심이 정해질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문 전 대표나 다른 주자나 모두 호남에 대한 공들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선택이 이번 대선을 좌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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