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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24시④]유승민 하루 4시간 수면…목사탕과 생수로 목관리

등록 2017.04.29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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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승민 대선후보의 24시.

【서울=뉴시스】 유승민 대선후보의 24시.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일대일 인사하는 스타일
 경쟁 후보 선거 운동원과도 기념 사진찍는 넉살
 대학생들에게 '담이아빠'로 통해…개·야구 마니아

【대구·경산·화성·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안녕하세요, 유승(↗)민이(↘)입니다" "기호 4번입니다. 반갑습니다" "아가 몇개월이에요? 아이고 참 귀엽데이"

 27일 오전8시 수서역에서 출발한 수도권고속철도 SRT가 오전9시36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곧이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걸죽한 대구 사투리로 인사하는 소리가 승강장 곳곳에서 울려 펴졌다.

 연이은 유세 일정과 이른 아침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쉬고 잠겨 있었다. 유 후보는 중간중간 생수로 목을 축여가며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유 후보에게 평소 수면 시간과 목 관리에 대해 물었다. 그는 "평소 4시간 정도 자고 오늘은 5시30분쯤 일어났다. 아침은 못 먹고 나온다"며 "목 관리는 계속 호~올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답변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던 중 기자를 보고 "앗, 목사탕 이름은 밝혀도 되나 모르겠네요"라고 털털하게 웃었다.

【대구=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담티역에서 보수의 새희망을 찾겠다며 '국토대장정' 에 나선 이학재 의원 등 단원들과 합류해 범어사거리까지 국토대장정 도심 도보 이동을 하며 시민들과 하고 있다. 2017.04.27.  yes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담티역에서 보수의 새희망을 찾겠다며 '국토대장정' 에 나선 이학재 의원 등 단원들과 합류해 범어사거리까지 국토대장정 도심 도보 이동을 하며 시민들과 하고 있다. 2017.04.27.  [email protected]

 유 후보는 화려한 경력과 TV 토론회의 공격적 모습 탓인지 도도한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다. 까칠하단 평도 받지만 현장 모습은 다른 점이 많았다. 그의 전매특허 유세 스타일은 '원 바이 원(one by one)'이다. 보이는 사람마다, 거치는 상점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과 아기에게도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넨다.

 유 후보는 한 시장 주인이 기르는 애완견까지 정답게 쓰다듬고 갔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애완견이 죽자 한달동안 울었다는 일화를 밝힐 정도로 잔정도 많고 동물을 좋아한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도 엄청난 인사량에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종종 들었다. 유 후보의 지역구 대구 동구을의 한 시민은 "유 후보는 지역구 올 때도 가가호호 인사를 잘 한다"고 귀띔했다. 20여 년간 정치 경력에서 체화된 습관처럼 보였다.

 그는 오전9시50분쯤 동대구역 입구에 주차된 카니발 차량에 올라타 담티역 4번출구로 이동했다. 그는 오전10시부터 이학재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 보수의 길을 구(求)하는 국토 대장정'에 합류해 담티역에서 범어 네거리까지 2.7km를 걸으며 길거리 유세를 벌였다. 유 후보는 하늘색 바른정당 점퍼에 검은색 운동화로 옷차림을 바꾸고 지나가는 시민마다 악수를 청하며 인사했다. 도보 유세에는 주호영 중앙선대위원장과 이혜훈, 유의동, 박인숙 의원도 동참했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1도로 봄볕이 꽤 뜨거웠다. 유 후보는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시민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유 후보에게 푸른색 장미꽃과 홍삼액을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유 후보의 정치 에세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들고와 사인을 받는 시민도 있었다. 그는 '감사드립니다. 힘내세요'라고 사인 메시지를 적었다.

 유 후보는 국토대장정 소감에 대해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참하고 싶었는데 선거 운동을 계속하느라고 못했다"며 "최근에 여러가지 당이 많이 어려운데 이학재 의원님의 국토대장정이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을 합쳐서 완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 사퇴 및 단일화는 여전히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네. 입장이 변한 바 없다"면서 "단일화에 대한 당의 의견이 일치가 안됐다. 그래서 당론이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며 3자 단일화 거부 입장을 이어갔다.

【경산=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04.27.  yesphoto@newsis.com

【경산=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04.27.  [email protected]

 ◇ 영남대 방문 '대선후보'에서 '국민장인' 변신

 한시간반가량 대구 시내를 걸은 유 후보는 대학생 점심 미팅이 열리는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로 향했다. 그는 정오 정각에 도착했고 학생식당으로 걸어가는 내내 학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유 후보는 대학교에서만큼은 '대선후보 유승민'이 아닌 '대학생딸 유담이 아빠'로 통하는 듯 했다. 유 후보의 유세 일정을 장기간 따라보며 느낀 점은 대학생과 젊은 유권자를 만날 때 반응이 제일 좋고 본인도 활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창원대 점심 미팅, 고려대 특강, 대구 동성로와 신촌 대학가 방문 때도 다른 유세보다 많고 열띤 인파가 몰렸다.

 유 후보는 학생식당에서 2800원짜리 '중화제육덮밥'을 배식받아 학생들과 진로와 대선을 주제로 도란도란 식사했다. 돈까스 정식을 먹던 한 학생이 유 후보에게 "지지율을 전환시킬 전략을 주제로 리포트를 쓰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그 리포트 쓰면 꼭 보여달라"고 눈을 반짝였다. 유 후보를 '국민장인'으로 호칭하던 한 남학생은 이상적 사윗감을 물었고 유 후보는 "내 딸이 결정하겠지만 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한 학생이 육아휴직 3년 공약에 관심을 갖자 유 후보는 "학생 여러분이 사회에 진출하면 육아와 병행할 시기가 올 것이다. 회사원이 공무원처럼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으면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대 방문 소감으로 "(2015년 가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이후) 첫 대학 강의를 여기서 하려했지만 재단에서 못하게 했다. 학교가 박 전 대통령과 가깝다보니 그런지…"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간을 충분히 두고 학생들을 만나겠다. 영남대는 제 지역구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라고 또 오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시간가량 영남대에서 머문 그는 세시간을 차로 이동해 이날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경기도민 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유 후보는 이동 시간에 자료를 검토하고 선거 전략을 점검했다. 대선후보에게 자동차는 이동하는 사무실이다. 유 후보는 차안에서 김밥과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휴식을 취하곤 한다.

【화성=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경기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도·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17.04.27.  yes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경기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도·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17.04.27.  [email protected]

 유 후보는 개막식보다 한시간 빠른 오후4시쯤 도착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유세 활동을 펼쳤다. 유 후보는 행사장에 마련된 화성시 선관위의 '대통령선거 선거체험 행사장' 부스에 들려 포스트잇으로 선거 소망을 적는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더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라고 적어 정성껏 판넬에 붙였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선거 운동원과도 "수고하십니다"며 반갑게 인사하고 기념 사진도 찍어 눈길을 끌었다. 유 후보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관련 "선거날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며 "(지지율)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자 후보 단일화 관련 실무자끼리 접촉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무자끼리라면 제 쪽에도 실무자가 있는데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면서 "그래서 그런 일이 제대로 되려면 후보 모르게 자꾸 하는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오후5시 개막식을 지켜본 뒤 오후5시30분쯤 행사장을 나와 서울로 향했다. 그는 저녁에 온라인과 SNS에 선보일 홍보 동영상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유 후보는 오후9시 촬영을 시작하기 전 참모진과 백반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선거 전략과 28일 TV토론 준비 등을 논의했다. 오후11시를 훌쩍 넘겨 마친 촬영과 함께 유 후보의 기나긴 하루 일정도 끝났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다음 일정을 점검하고 새벽1시30분께 잠 들었다.

 그는 최근에 펴낸 정치 에세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서 27년 전 홈런을 친 경험을 밝히며 책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그는 "명해설가였던 고 하일성씨는 '야구는 인생 같다'고 자주 비유했다.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오고,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온다면서"라며 "정치 인생의 역전 투런 홈런을 치기 위해 나는 지금 타석에 들어섰다. 또 한 번의 역전 투런 홈런을 칠 수 있을까"라고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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