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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요①]청년 백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다

등록 2017.07.0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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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는 2682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만5000명 증가했다. 5월 고용률은 61.3%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9년 6월 이래 가장 높다.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는 2682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만5000명 증가했다. 5월 고용률은 61.3%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9년 6월 이래 가장 높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 김모(28·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씨는 오늘도 구인구직사이트를 누빈다. 서울 시내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대학 시절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업 성적도 좋았다. 대학 시절 각종 경시대회에서 입상했다. 해외 대학에 1년간 교환 학생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영문과 출신답게 영어 성적도 좋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따낸 자격증만 해도 3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졸업 후 지금까지 3년간 제대로 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시급 몇 천원짜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아르바이트나 몇 개월짜리 기업체 인턴이 그가 그간 가졌던 일자리의 전부다. 지방 출신인 그는 집에 손을 벌릴 수 없어서 원룸을 빼 지방 출신 친구 몇 명과 함께 오피스텔을 얻었다. 같이 먹고 자고, 스터디도 한다. 집으로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서울에서 버텨야 취업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해 객지 생활을 더 해나가기로 했다.

 김씨는 “명문대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서울권 대학을 졸업했다. 인문계이지만, 영문과를 나왔다. 나름대로 취업 준비도 잘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나는 백수다. 왜 그런지 아직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 전모(36·울산 북구 진장동)씨는 울산 지역 모 대기업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이 회사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임금은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정규직보다 본봉도 적은 데다 정규직이 같은 시간을 일하면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받아가는 각종 수당이 전혀 없는 탓이다. 회사 측은 정규직을 늘리면 비용이 많이 증가하는데 비정규직을 쓰니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좋아한다.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듯하지만, 정규직이 늘어나면 막상 자신들에게 돌아갈 수당 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내심 현재의 왜곡된 구조를 묵인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 반갑지만, 공공기관도 실제 해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민간기업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전씨는 “비정규직의 아픔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다만 가장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제일 대접을 받지 못 하고 늘 해고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며 “정규직 채용은 최소화하고 비정규직 수만 늘려온 지금까지의 추세가 지속한다면 온 국민이 비정규직이 되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층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대한민국 노동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젊은층은 물론 경단녀(경력단절여성), 100세 시대를 맞은 노인층까지 “일하고 싶다”고 외친다.

 이처럼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은 나날이 증가하지만, 취업문은 낙타는커녕 쥐도 통과하기 힘들만큼 좁다. 그나마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제대로 된 자리가 아니다.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 하는 것도 모자라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바늘방석이다.

 지난 5월 일부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됐으나, 20대 고용률이 하락하고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5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5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내려간 9.3%로 집계됐다. 전체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61.3%)를 기록한 가운데 청년층의 고용률도 0.7% 오른 43.4%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누그러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취업 연령인 20대를 보면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취업자가 줄고, 고용률이 하락했다”며 “실업자 뿐 아니라 구직 단념자, 취업준비생 등 취업애로계층을 반영한 청년 고용보조지표3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0대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만1000명 늘었는데, 취업자는 1만 명 감소했다. 전체 연령층에서 상승한 고용률도 20대 만큼은 0.5%포인트 하락했다.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오히려 1년 전보다 0.9%P 오른 22.9%로 나타났다. 5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자리 잃은 지 1년 넘은 30대 실업자는 7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자리 잃은 지 1년 넘은 30대 실업자는 7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다시 말해 체감 상으로는 청년 열에 둘 이상은 실업에 준하는 상태다. 타 연령층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는데도 20대 만큼은 후퇴하거나 제자리다.

 통계청 관계자 역시 “청년층 실업률이 하락했지만, 청년층 안에서도 고용의 주 타깃이 되는 20대는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보합세였다”며 “그런 경우를 볼 때 전체 지표는 양호한 편이지만, 20대 등 특정계층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확충과 여건 개선을 추경의 주된 목적으로 내세운 만큼, 청년 실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이번 통계가 정부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5월 취업자 증가는 건설업 일용직 증가 등에 기인한다”며 “20대 중심의 청년 취업애로가 심화되는 등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하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과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는 젊은층

 이처럼 극심한 취업난이 지속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비정규직이라도 일하겠다는 젊은 층의 급증이다.

 잡코리아(대표 윤병준)가 지난달 7~9일 현재 취업활동을 하고 있는 구직자 136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구직자 57.7%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이랜드파크 앞에서 민주노총, 노동자의 미래, 알바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고의적-상습적 임금체불, 이랜드파크 박형식 대표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랜드파크가 외식사업부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 84억여 원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를 근절하겠다는 고용노동부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고 박형식 대표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12.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이랜드파크 앞에서 민주노총, 노동자의 미래, 알바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고의적-상습적 임금체불, 이랜드파크 박형식 대표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랜드파크가 외식사업부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 84억여 원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를 근절하겠다는 고용노동부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고 박형식 대표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12.22. [email protected]

성별로는 여성구직자(60.6%)들이 남성구직자(39.4%)들에 비해 비정규직 취업에 대한 의사가 21.1%P나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상 구직자들이 66.4%로 가장 높았으며 20대 구직자 48.9%, 30대 32.8% 순이었다. 경력유무 별로는 신입직 구직자들이 53.1%로 경력직 구직자(46.9%)에 비해 6.2%P 높았다.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고 싶은 이유로는(복수응답) ‘직무경력을 쌓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5.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일단 취업을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해서(35.5%) ▲취업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서(29.5%) ▲더 늦어지면 정말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24.0%) ▲정규직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14.1%)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10.8%) 등의 순이었다. 반면 ‘고용형태는 상관없다’(6.7%)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비정규직 근무 때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불안한 고용형태’를 꼽은 응답자가 43.7%로 많았으며 ‘정규직과의 차별대우’를 걱정하는 구직자도 34.9%로 비교적 높았다. 

 한편 비정규직 고용을 바라보는 이들 구직자들의 생각으로는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62.4%에 달했다. ‘별다른 의견이 없다’(27.5%), ‘긍정적이다’(10.1%) 순이었다. 

 결국 청년 구직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 지닌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취업을 수용하는 있는 셈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