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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담배 논란①]담배社 전략에 맞서 美는 2009년 제조 금지...한국은 아직 논의 시늉만

등록 2017.1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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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담배 논란①]담배社 전략에 맞서 美는 2009년 제조 금지...한국은 아직 논의 시늉만

우리나라는 가향담배(flavored tobacco) 판매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다. 비흡연자를 신규 흡연자로 유도하기 위한 담배업계의 전략으로 알려진 가향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올라 지난 2012년 7.0%에서 올들어 2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정부는 담뱃세 인상 때마다 '국민건강 증진'을 핵심 논리로 내세우면서도,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10년 전에 판매와 제조를 금지한 가향담배에 대해선 눈감아왔다. 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처음 규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논의하는 시늉에만 그치고 있다. 흡연율 감소 등 국민 건강보다는 세수확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뉴시스는 [가향담배 규제]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외 정책 현황과 함께 가향담배의 유해성 및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담배社, 1970년대 초반부터 청소년·여성을 신규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가향' 연구
美·호주·EU 등 선진국선 이미 판매금지…우리는 작년에 규제 추진 계획만 처음 밝혀
"흡연율 높어 국민 건강을 저해시키는 담배社 '달콤한 상술',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담배회사들은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기 훨씬 전부터 비흡연자, 특히 청소년과 여성을 신규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담배에 가향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19일 국가금연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부터 담배회사들은 달콤한 향을 이용해 아동 및 청소년을 유혹하려는 전략을 논의해왔고, 그만큼 그들의 기술은 오래토록 발전했다.

담뱃잎에 향료를 입히는 기본적인 공정뿐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캡슐담배'와 같이 필터에 향료를 넣은 캡슐을 내재하거나 아예 향이 나는 섬유를 개발해 필터에 섞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향을 한다. 심지어 담뱃잎을 감싸고 있는 궐련지에도 아주 미세한 향기 캡슐을 도포하고, 담배를 열었을 때 담배와 담뱃갑 내포지에 가향하기도 한다.

담배업계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흡연자를 양산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방법과 치밀한 전술로 '가향담배'를 만들어 냈다. 이에 선진국들은 아동과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담배업계의 가향 전략에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규제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부터 가족 흡연예방 및 담배규제법(Family Smoking Prevention and Tobacco Control Act)에 따라 멘톨(menthol)을 제외한 바닐라, 초콜릿, 체리, 커피 등 '특정향(characterizing flavors)'을 함유한 궐련의 제조, 마케팅 및 판매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담뱃잎뿐 아니라 궐련을 구성하는 필터, 궐련지 등의 가향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했다. 이에 미국에선 멘톨 함유 궐련이 유일한 가향 담배가 됐고, 불과 3년 만에 멘톨 담배는 전체 담배 시장의 31%에 이르는 점유율을 보이며 문제가 됐다.

캐나다도 연방법 차원에서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를 2010년부터 시작했다. 이후 캐나다 고등학생 흡연자의 30%가 멘톨 담배를 피운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지난 2015년에는 주(州)차원에서 멘톨을 첨가한 담배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거의 모든 주에서 '청소년을 겨냥한 담배제품'에 대한 규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일향이나 사탕류 향이 함유된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 가향담배인 캡슐담배의 필터 내부 구조.

대표적 가향담배인 캡슐담배의 필터 내부 구조.

유럽연합(EU)은 '담배규제법(Tobacco Products Directive)'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궐련과 말아피는 담배에 가향이 금지됐다. 담배의 맛이나 향을 개조하기 위해 필터, 종이, 포장지에 가향을 하는 것뿐 아니라 캡슐을 사용해 가향을 하는 등의 각종 가향 기술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2012년), 칠레(2013년), 에티오피아(2015년) 등은 멘톨을 포함한 담배의 모든 가향 물질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가향담배 홍보에 대한 규제만 있고 판매에 대한 규제는 전무하다. 정부는 지난 2011년 6월7일 신설한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3항(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을 통해 "제조자 등은 담배에 연초 외의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이하 '가향물질'이라 한다)을 포함하는 경우 이를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 사진을 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모호한 규정을 악용한 담배업체들은 가향캡슐 그림과 함께 '상쾌하게' '상쾌함' 등의 문구를 담뱃갑에 넣어 홍보하고 있다. 커피향이 나는 KT&G의 가향 캡슐 담배 '레종 선프레소(Raison Sun presso)의 경우 '커피향'이라고 적시하는 대신 커피를 연상시키는 '갈색'과 'sun presso'라는 이름으로 누구든 쉽게 커피향이 나는 담배란 것을 예측할 수 있게 제품을 내놨다.

이찬휘 한국금연운동협회 홍보이사는 "질병관리본부가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의뢰해작성한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가향담배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일반 담배로 시작한 사람에 비해 흡연자로 남아있을 확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청소년과 여성 등 신규 흡연자를 양산하면서 흡연율을 높여 국민건강을 저해시키는 담배회사들의 '달콤한 상술'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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